
·고등학교 2학년 방모(16)군 성적부진으로 목을 매달아 자살.
·윤락녀 생활을 해온 19세 소녀 두 명,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한강에 동반 투신자살.
·중학교 3학년 학생 교내폭력에 시달린 끝에 자살.
·고등학교 태권도부 소속 학생 2명 “운동이 너무 힘들다.”라는 쪽지를 남긴 후 음독자살.
·전교 1등 여고생 자살 - 성적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평상시 고민해 왔다고 함.
·여중생 4명 아파트에서 동반자살 -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로, 한 친구가 자살을 결심하자 이에 나머지 친구들도 동조해 동반자살.
·가출 청소년 2명 목 매달아 자살 - 평상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왔다고 함.
·수능을 치르던 여고생(18)이 고사장 인근 아파트로 달려가 투신자살.
·HOT의 멤버가 부상당한 것을 비관한 여고생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이상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들에 관한 신문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약 300여 명의 청소년들이 강렬한 고통을 초래하는 문제나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고의적으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자살은 대개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특히 청소년 자살은 사회를 향한 마지막 몸짓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청소년 자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자살 - 청소년 사망 원인 2위
경찰이 집계한 2002년 국내 총 자살 건수는 13,055건으로 전년(12,277건)에 비해 6.3% 늘었습니다. 하루 평균 36명, 한 시간에 1.5명인 셈입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를 앞지르는 사상 최대치로 OECD국가 중 4위에 해당합니다.
그 중에서 청소년 자살은 2000년 466건, 2001년 333건, 2002년 273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이 15.9%로 교통사고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높은 수치로 1992년 9.4%에 비해 10년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청소년의 자살 원인
청소년 세 명 중 한 명이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매년 5,000여 명의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중 300여 명의 청소년이 실제로 죽음에 이르고 있습니다. 원인 또한 다양하여 예전처럼 특정 부류의 특정 처지에 놓인 청소년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집안이 어려워 자살을 한다거나 성적 때문에 자살을 하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좋아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자살을 하거나 운동이 싫어서, 교내 폭력에 시달려 자살을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가 낳은 새로운 자살 원인들입니다.
학업에 있어서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괴감, 잦은 이사로 인한 불안감, 부모의 불화 특히 이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낄 경우, 불충분한 지도로 인한 방향감의 상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의사소통의 장벽, 폭력, 본인의 자각 부족 등이 청소년을 자살로 이끄는 요인들입니다.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 중 90% 가량은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상태였다고 합니다. 절망감, 무력감, 고독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고 느낄 때 자기 파괴라는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청소년 자살은 도움을 요청하는 부르짖음인 것입니다.
청소년의 다양한 자살심리
첫째,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자살. 불량청소년의 협박, 나쁜 짓 한 것이 부모에게 탄로나서 죽음으로 도피해버리는 경우입니다. 대개 수동적이고 타인과 의사소통이 단절된 청소년에게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보복심리에 의한 자살. “남은 1등 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는 부모의 꾸중에 대한 반발로, 혹은 “네가 돈을 훔쳤지?”라는 교사의 추궁에 결백을 주장하기 위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로, 저변에는 부모나 교사에 대한 복수심, 적개심이 강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개 가족 내 갈등이 많은 청소년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자기 처벌로써의 자살. 성취욕이 높은 아이가 주위 사람의 기대에 못 미칠 때, 죄책감으로 자살하는 경우입니다. 기존에 우울증이 있거나 자식에 대한 과잉기대를 하는 가정에 많습니다.
넷째, 욕구좌절에 의한 자살. “생일파티를 안 해줘서”, “청바지를 안 사주어서” 등 어른이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자살을 하는 경우입니다. 성질이 급하고 욕구좌절 시 심한 분노 발작을 흔히 보이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품행장애 청소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저승에서의 재결합을 위한 자살. 정신적으로 의지할 만한 대상이 없는 결손 가정 청소년에게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현실생활에 지친 나머지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 형제와 재회를 하려는 의도로 자살하는 경우입니다.
자살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 때는 배고프고 힘들어도 잘 견뎌왔는데 너희들은 배불리 먹고 공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무엇이 아쉬워 죽음까지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어.’라고 말씀하시죠. 그럴 때마다 전 옆에서 ‘엄마, 아빠도 문제가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중학교 때 우발적인 기분에 자살을 시도했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거의 매일 생각해요. 너무 답답한 일들만 생기잖아요. 저는 정말 죽은 애들이 부러워요.” 선미(17)의 말입니다.
“자주 느끼는 편이에요. 특히 우리 부모님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팍팍 주거든요. 더구나 오빠하고 언니가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솔직히 제 성적으로는 그런 대학 가기는 힘들거든요. 그래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제 내년이면 고3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진(가명)이의 고민입니다.
“사귀던 오빠를 못 만나게 하잖아요. 그 오빠를 못 만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면도칼로 손목을 그었어요. 하지만 결국 엄마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실려가 자살은 무위에 그치고 말았죠. 지금도 가끔은 자살 유혹을 느껴요.” 고3 미숙(가명)이의 경험담입니다.
“친구끼리 동반자살이요? 그럴 수도 있지요. 정말 친한 친구라면 죽음까지도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우정 아닌가요. 얼마나 세상이 답답하고 싫었으면 함께 죽겠어요. 저도 친구들과 가끔 농담반 진담반 그런 말을 하곤 해요.” 동반자살을 이해한다는 수진(17)이의 말입니다.
청소년의 자살 징후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어떤 표시를 하게 되는데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이 표시를 읽을 수 있는 요령은 다음과 같은 우울증 증세에 유의해야 합니다.
·자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혹은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일이 있었던 경우, 다시 자살을 기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나 다른 가족구성원이 자살을 시도한 경우 또는 자살시도를 했거나 자살에 성공한 친구가 있는 경우에 가족은 조심해야 합니다.
·죽음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경우는 주의를 해야 합니다. 일기장이나 친구에게 죽음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경우 또는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할 때,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주위 친지나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거나, 자살에 관한 책을 읽거나 씀, 자살을 시도한 일이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경우 자살이나 죽음을 자주 이야기하는 등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의지를 다져갑니다.
·청소년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심한 열등의식에 사로잡혀있는 경우에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이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거나 이상과 현실 간에 심각한 차이를 가질 때 자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정기능이 붕괴되어 청소년 자녀들에 대한 보호, 양육, 교육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아이들은 절망에 빠집니다.
·학교 등교 등 평상시 해오던 일상 활동을 거부하거나, 학업성적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거나, 낙제, 장기결석, 가출 등을 보일 때 주의를 해야 합니다.
·행동에 큰 변화가 있을 때 주의해야 합니다. 평소에 순종하던 아기가 사소한 일로 부모에게 짜증을 내고 비난하며 도전적 발언을 하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평상시와 다른 반항과 파괴적 행동 및 급격한 성격변화를 보일 때 자살의 위험성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상당기간 지속되는 우울증상이 있을 때 특히 조심하여야 합니다.
·부모 몰래 약을 사 모으거나 위험한 물건을 감춘 것이 발견되는 경우 또는 향정신성 약물, 담배 혹은 알콜 섭취가 증가되는 경우에 주의를 해야 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거나 자신이 귀중하다고 생각하던 것을 잃었을 때 또는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 또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의해서 심각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자살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오랫동안 불안정하고 침울해 있던 아이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평화스럽게 보이며 자기 주변을 정리할 때, 평소 아끼던 소유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입시 실패 후에 자살자가 많습니다.
·자살을 모험적이고 로맨틱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을 주의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뉴스를 통해 10대의 자살소식이 나간 후에는 예외 없이 자살소동이 일어납니다.
청소년 자살 예방책
1. 부모가 해야 할 일
가정에서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아이를 비난하거나 자극적인 언사를 피하고 우선 정서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은 좌절이나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린애가 무슨 소리냐?”고 윽박지르거나 혼내지 말고 이같이 말하는 원인을 같이 공감해야 합니다. 또한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청소년의 의견을 쉽사리 평가하지 말며, 그들이 입장을 고려하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친구를 통해 아이의 변화된 행동의 이유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학교를 방문하여 선생님과 상담하여 아이의 고민을 어른의 입장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도록 해야 하며, 아이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 격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창화 교수(을지대학병원 정신과)는 청소년 자살 예방책으로 ‘부모와 자녀간 e-메일 주고받기 운동’을 권고합니다. 평소 대화 단절로 서먹서먹한 경우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e-메일이 안성맞춤이란 것입니다. 그는 “성인 자살이 심사숙고형인데 비해 청소년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누군가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의 자살 충동은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2. 친구의 역할
청소년들은 자신의 문제를 의논할 대상으로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 친구를 더욱 선호합니다. 청소년기에 있어서 친구집단은 가장 중요한 상담자 역할을 하며 영향력이 있는 집단입니다. 자살의 징후를 보인 경우에도 친구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살위험이 있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1)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지라도, 들어줌으로써 큰 도움이 됩니다.
2)“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살하겠다는 아이의 말이 어리석고 순진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 문제는 분명히 삶과 죽음의 문제입니다. 친구의 입장에 서서 진지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3)친구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해 준다.
예를 들어 “너는 건강하며 너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자살은 그가 찾고 있는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자살을 한 후 그의 부모님과 친구들이 겪게 될 큰 아픔에 대하여 알려야 합니다.
4)신속한 조치를 취한다.
만일 어느 시점에서 친구가 자살을 감행하려는 전조를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상담가, 정신과 의사 혹은 다른 성인을 찾아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화를 내겠지만, 언젠가 친구가 행복하고 활동적으로 잘 살아가게 되는 어느 날, 그 친구는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3.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
선진국의 경우 자살 기도 청소년은 정신과 의사의 진찰을 거쳐야만 응급실에서 퇴원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숨기려 합니다. 심각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판단력이 흐린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숨기려든다면 자살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자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자살은 그 자체가 죄이며 항상 부당한 행위입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자살은 “살인하지 마라.”는 제5계명을 직접적으로 어기는 행위입니다. 둘째, 자살은 하느님만이 가지는 생명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살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살인은 인간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지상권의 침해인 것입니다.(“죽이는 것도 나요 살리는 것도 나며 찌르는 것도 나요 고쳐 주는 것도 나다. 내 손에 잡은 것을 빼낼 자 없다.” - 신명 32,39)
셋째, 자기를 사랑하고, 인격 성장 및 자신을 완성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임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넷째, 자살은 공동체와 구성원들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자기 생명을 존속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고의로 자기 자신의 죽음을 초래하거나 자살하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일입니다. 비록 그러한 책임이 경감되거나 완전히 면제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심리적인 요인들이 종종 있다고 하더라도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나 보다 숭고한 목적을 위하여, 즉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의 구원 또는 형제에 대한 봉사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치거나 위험 앞에 내놓는 희생과 자살은 명확히 구별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유일한 예방책
권해수 상담원은 “자살을 시도할 때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불쌍하고 슬퍼할 것을 생각하니 죽을 수 없었다.’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청소년의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살 기도는 대부분의 경우 더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더욱 효과 있는 도움을 호소하는 최후의 부르짖음입니다. 그러므로 자살을 방지하는 방법은 지속적인 감시가 아니라 사랑에 찬 관심과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사랑만이 자살을 방지하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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