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덕정 순교기념관을 지나 언덕을 넘으면 눈에 들어오는 건물, ‘성심복지의원’이다.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성심복지의원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무료병원으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다. 이곳은 의사가 중심이 된 진료봉사팀과 발지압, 안마, 피부관리, 미용, 사무, 청소년, 차량, 영선, 환경, 주방, 재가봉사의 일반봉사팀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중 깨끗한 공간, 청결한 진료 환경을 위해 청소 봉사를 하는 ‘환경 봉사단’이 있다. 10년이 넘는 베테랑 봉사자부터 이제 1년을 채워가는 봉사자까지 확고한 믿음으로 봉사를 통해 행복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걸레를 들고, 빗자루를 들고 묵묵히 청소를 시작하는 환경 봉사단은 2-3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창틀까지 세심하게 닦고 한줌의 먼지도 용납하지 않는 등 쓸고 닦기를 반복한다.
“가톨릭대학병원에 봉사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 성심복지의원에 봉사를 가는 본당 신자에게 이끌려 처음 오게 된 이후로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지금껏 해오고 있다.”는 74세의 김옥분(소화데레사, 본리성당) 할머니는 성심복지의원에서만 10년 넘게 봉사를 해오고 있다. 봉사를 하는 동안 김 할머니는 두 번 입원을 했고, 대수술을 받는 등 크고 작은 질병으로 길게는 2개월 정도 봉사를 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지만 마음은 늘 이곳에 있었다. 김 할머니는 “그 마음을 아셨는지 하느님께서 또다시 봉사를 할 수 있게 병을 치료해주셨고, 수족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보니 이렇게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며 “힘 닿는데까지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김 할머니는 본당활동도 열심이다. 레지오 마리애, 소공동체, 위령회 등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갑상선 수술, 교통사고로 다친 남편의 병간호 등 개인사정으로 봉사활동을 본의 아니게 쉬었던 전희영(요안나) 봉사자는 “지금은 서른 세 살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82일 동안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 는 신앙은 있었지만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나이롱 신자였다.”면서 “기적적으로 회생한 아들을 보고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봉사를 하게 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김 할머니는 “요안나는 여기뿐만 아니라 경대병원 원목실 봉사와 남산동 수녀원에서 한국에 시집온 자매들이 한글을 공부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전희영 봉사자는 부끄럽다며 “소화 데레사 형님을 비롯하여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도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로 저보다 더 훌륭하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다.”면서 “다시 건강을 되찾게 해주신 이유가 봉사를 계속하라는 하느님의 뜻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봉사하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감사하다는 환경 봉사단은 이구동성으로 “누군가 알아봐 주길 원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저 내 손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올해 2학년인 비신자 최승희 봉사자는 “청소년 관련 분야를 전공하던 중 사회봉사를 하면 학점을 인정해주는 학사관리 때문에 봉사를 시작하게 됐지만 이전부터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고 단지 섣불리 실천할 수 없었다.”면서 “모두가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어야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최승희 봉사자는 “지금은 좀더 일찍 시작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곳에서 봉사를 하며 좋으신 언니(?)들과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비신자 이영현 봉사자는 “안 보이는 곳에서 더 열심히 봉사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데 하는 일도 없는 제가 인터뷰를 하려니 부끄럽다.”고 밝혔다.
“집에서 늘 하는 일인데 힘들 게 뭐가 있고, 또 깨끗이 청소하면 기분도 좋고 행복하다.”는 방글이(늘 방글방글거리며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 봉사자는 이름을 알려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인터뷰 내내 걸레질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오면 항상 뒤에 올 봉사자들이 앉을 의자라도 닦고 있을 정도로 바지런한 방글이 봉사자, 종교에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비신자 이영현·최승희 봉사자, 수술을 하고 아파서 누워 있던 때에도 ‘빨리 봉사하러 가야 되는데’ 할 정도로 봉사를 즐기는 전희영 봉사자,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족이 멀쩡할 때까지 그리고 끝까지 봉사의 삶을 놓지 않겠다는 소화 데레사 할머니가 함께하는 ‘환경 봉사단’은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가운데 행복을 누리고 있다.
* 성가복지의원 후원 및 자원봉사자 문의 : 053)256-9494
자동이체 후원계좌 : 대구은행 069-10-003259 (재)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이사장 조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