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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건강 비법
봄이 오면 간이…


황성연(프란치스코)한의사, 대구 한의원 원장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혹사당한 몸을 돌아보고 이제는 몸에 그만 죄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운동을 시작하자, 술이나 담배도 줄이자, 다이어트를 시작하자.’ 등등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절기상 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새로운 시작으로 봄을 활기차게 맞도록 합시다.

먼저 봄이 되면 간 기능이 약해지기 쉬운 계절이므로, 간 기능이 약해지기 전에 관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한 예로 술을 먹었더라도 다음날 북어국이나 콩나물국으로 숙취를 풀어주고 간을 해독 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북어는 숙취는 물론 다른 약독이나 음식 독까지 해독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인데 과거에는 연탄가스 중독에도 북어를 썼습니다. 그리고 여러 콩 종류들도 해독하는 기능이 뛰어나므로 숙취는 물론 간 기능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약이나 음식의 기운(氣), 맛(味), 형태(形), 색깔(色), 무게감(質) 등을 통해 계절이나 체질에 맞춰서 섭생을 권하는데, 새해부터는 그러한 원리에 맞춰서 섭생을 하는 습관을 가져 보도록 하세요. 그럼 이번 호에서는 다가올 봄에 대비해 봄에 좋은 음식과 봄에 상하기 쉬운 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봄에 좋은 음식

우선 봄이 되면 만물이 새롭게 새 생명 활동을 시작합니다. 인간의 몸도 외형적으로는 사철이 다 똑 같아 보이지만, 봄이 되면 찬 계절에 익숙해진 몸이 따뜻한 계절에 맞게 변화하므로 피로감이나 식곤증, 안검경련(눈 떨림) 등이 많이 나타납니다.

 

봄에 가장 조심해야 할 장기는 간(肝)으로, 이런 경우엔 산미(酸味)가 많은 음식이 좋습니다. 이 신맛은 간에 도움을 주므로, 임신으로 간혈(肝血)이 부족한 산모가 신 것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습니다. 봄을 이길 수 있는 음식 중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제철 음식인 봄나물에 대해 알아봅시다.

 

1)냉이 - 봄나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냉이로, 말린 것을 약재로 쓰는데 제채(齊菜)라 합니다. 비위허약, 당뇨, 고혈압, 토혈, 생리과다, 안질에 사용하며,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줍니다. 독특한 향과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A가 풍부해 춘곤증에 아주 좋으며, 음식으로는 살짝 데쳐 된장으로 버무리거나 국을 끓여 먹습니다.

 

2)달래 - 소산(小蒜), 야산(野蒜), 산산(山蒜)이라 합니다. 토사광란, 위염, 장염 등에 효과가 있고 자궁출혈, 생리불순, 불면에 효과가 있습니다. 쌉싸래한 맛이 특이한 달래는 열에 약한 비타민 C가 많아 생으로도 먹는데, 음식으로는 식초와 버무리거나 된장국에 넣어서 먹습니다.

 

3)두릅 - 목말채, 모두채라고 하고 두릅나무의 껍질은 약용으로 쓰입니다. 기침에 좋고 위염이나 당뇨에도 사용합니다.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며, 음식으로는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4)쑥 - 가장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인체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높여 주며, 약용, 식용, 외용으로 사용합니다. 쑥은 여성 질환 중에서 생리불순, 하복냉증 등을 다스리고 복통, 토사, 지혈에 쓰입니다. 음식으론 콩가루를 넣어 국으로 끓여 먹습니다.

 

5)씀바귀 - 쓴맛이 나서 고채(苦菜)라 하는데, 보통 고들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씀바귀 특유의 쓴맛은 봄철 입맛이 없을 때 도움을 주고 간 기능 회복에 좋으며, 소화기능을 튼튼하게 하여 배탈이나 여름더위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6)취나물 - 참취의 어린잎을 먹습니다. 산나물의 왕이라 불릴 만큼 칼륨, 비타민 C, 아미노산이 많다고 합니다. 독특한 향이 있어 입맛을 돋우고, 두통과 현기증에도 사용하는데 꾸준하게 먹으면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능도 있다고 합니다.

 

7)돌나물 - 석상채(石上菜)라고 하여, 간염, 황달, 간 경변과 같은 간 질환에 좋습니다. 혈액을 맑게 하고 여성 대하에 효능이 있습니다.

 

8)머위 - 유럽에서 가장 탁월한 항암 치료약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암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쓴다고 합니다. 비타민 A와 다른 비타민이 많고, 칼슘 성분도 많다고 합니다. 

 

2. 한의학적인 간(肝)의 개념

간이란 오행상으로는 목(木)에 속하고 감정으로는 노(努), 즉 화냄, 절기로는 봄에 배속합니다. 한의학에선 간의 기능은 혈액을 저장하고 인체기운의 소통을 통하게 하는데, 간의 병은 정신적인 억압이나 음식의 소화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인체 중에서 근육, 손톱, 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3. 간에 쓰이는 약물

1) 간혈(肝血)을 도와주는 약물 - 당귀, 작약, 하수오, 아교, 숙지황, 자하거 등.

안색이 좋지 않고 어지럽고 귀에서 매미소리가 나고 안구가 건조하고 손발이 저리고 근육에 경련이 생기고 생리량도 줄고 맥도 세약한 경우에 사용.

 

2) 간음혈(肝陰血)을 도와주는 약물 - 백작약, 숙지황, 구기자, 산수유, 하수오, 여정자 등.

위의 간혈 부족 증세에 뺨이 붉어지고 약간의 열이 나타나고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못 이루고 밤에 헛땀이 나고 혀가 붉고 설태가 누런색으로 나타납니다. 맥은 현세맥이 나타날 경우에 사용.

 

3) 간기의 울결을 풀어 주는 약물 - 시호, 향부자, 울금, 현호색, 오약, 청피, 박하 등.

신경을 많이 쓴 후 옆구리가 답답하거나 은은하게 아픈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을 잘 쉬며 여자분들은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유방이 단단해지고 통증까지 나타나는 경우에 사용.

 

4) 간화(肝火)를 내려 주는 약물 - 하고초, 초용담, 황금, 황연, 치자, 국화, 목단피 등.

두통과 어지러움이 있거나 조급해지고 화를 잘 낼 때, 안면이 붉고 눈이 붉어지며 입이 쓰고 마를 때, 코피가 나고 소변은 짙은 황색을 보이거나 변비가 나타나는 경우에 사용.

 

5) 간의 습열(濕熱)을 없애주는 약물 - 치자, 인진, 시호, 청호, 대황 등.

흔히 말하는 황달증세처럼 나타나는 경우에 씁니다. 옆구리의 통증이 심하고 남자는 고환이 붓고 아플 때, 여자는 대하가 누런색으로 나오거나 악취가 나며 외음부가 가렵게 되는 경우에 사용.

 

6) 간양(肝陽)을 내려 주는 약물 - 국화, 조구등, 천마, 백질녀, 용골, 모려, 백강잠, 전갈, 영양각 등.

눈과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누렇게 되어 마르고, 손발에 마비가 오거나 안면과 턱에 경련 증세가 나타날 때, 신경성 원인으로 인해 중풍증세가 나타날 때도 사용.

 

7) 간열(肝熱)을 내려 눈을 맑게 하는 약물 - 결명자, 초용담, 청상자, 곡정초, 밀몽화, 야명사 등.

눈의 충혈이 잘되고 건조한 경우에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