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88년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당시 시댁의 분위기는 심각할 정도로 미신을 믿고 있었으며, 저는 불교를 믿고 있었고, 남편은 세례를 받았지만 활동은 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1980년에 결혼하여 8년 간 이런 미신적인 무속신앙의 분위기에서 살았는데 진저리가 나서 이를 벗어나기 위해 남편이 믿는 천주교에 입교하게 되었습니다.
세례를 받고 레지오라도 하지 않으면 냉담하게 될까 두려워서 바로 입단하였는데, 입단 후 10년 동안은 거의 활동다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주회만 근근이 참석하는 정도였는데 10년이 지난 후쯤부터는 1년에 10명 이상 선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는 1999년경에 주보 한 면에 대전교구 할아버지가 쓴 수기가 게재됐는데 그분의 평생에 걸친 봉사와 선교에 대한 열정에 감동하여 ‘나도 봉사와 선교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선교하여 많은 분들을 입교시켰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교활동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개신교 집사인 한 형제님을 입교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아파트 내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개신교 교회활동도 잘 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부인이 차라리 성당에라도 다니면 좋겠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찾아갔습니다. 선교도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대상자의 정보를 잘 파악해야 하지요. 이 형제는 말이 많고 자기 이야기를 즐겨하는 분이었는데 이럴 때는 우선 잠자코 들어주어야 합니다. 30-40분을 그분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준 후 “교회라도 열심히 가시면 좋을 텐데 안 나가신다면서요.”라고하니 “하지 말라는 것이 많아서 안 갑니다.”라고 하기에 “하느님께서 저를 사장님께 보내신 것 같군요. 사장님 보세요. 담배를 피워도 되고, 술을 마셔도 되고, 제사도 지낼 수 있어요. 예비신자 교리반에 가서 교리만 배우면 입교할 수 있어요.”라고 하면서 예비신자 봉헌서를 작성한 분을 위해 정성껏 기도해 준다는 말까지 하면서 예비신자 봉헌서에 서명하게 했습니다. 이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계속해서 교리반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 형제님은 “개신교회보다 끈끈한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네요.”라면서 세례를 받고 지금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막내딸집에 와 계시는 할머니를 영세시킨 적이 있는데, 딸 부부가 자영업을 해서 집에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딸에게 어머니를 성당에 다니게 하면 좋겠다고 말하니, 개신교 교회의 권유로 교회에 갔다가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면서 냉랭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할머니는 성당에 가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다쳐서 교리반에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제가 매주 가정방문으로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워낙 연로하셔서 가르친 것을 자주 잊어버리셔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친 게 다 나은 후로는 자주 성당에 모시고 가고 매주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때는 남편도 차량봉사로 자주 도와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미사를 통해 기도문을 익히게 하여 드디어 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모를 서 주었습니다. 그 할머니의 딸도 이런 저의 열성에 냉랭했던 분위기가 점차 호의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나 찍어주러 세례식에 참석하고 나서는 성당의 분위기와 엄숙한 세례식에 감동하여 남편과 함께 세례를 받게 되었답니다. 그 딸도 저의 대녀가 되었습니다. 모녀가 다 저의 대녀이니 족보가 좀 우습게 됐군요.
가끔 선교를 잘 할 수 있는 기술 좀 가르쳐 달라는 질문을 듣곤 하는데, 제가 선교를 하면서 느낀 것은 자기 자신이 먼저 불이 붙어 있어야 하고, 자기 자신이 하느님을 많이 알고 많이 사랑할수록 선교도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교를 위한 활동을 하기 전에는 꼭 기도를 먼저하고 활동해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성령으로 이끌어 달라고 겸손하게 청하면 자신도 놀랄 정도로 말이 술술 나오고, 대상자들이 잘 들어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성령께서 저에게 주신 은사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주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의 일생을 그린 영화를 보고나서 “주님, 저는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몽당연필입니다.”라는 마지막 자막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선교를 하다가 조금 교만해지려고 하면 항상 이 말씀을 다시 되새기면서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는 복음을 전하면서 항상 당당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당당하게 선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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