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새 교구장을 맞으며


하성호(사도요한)|신부, 교구 사무처장

작년 여름 최영수 요한 대주교님이 교구장직을 사임하신 이후 그동안 교구민들은 새 교구장을 보내주실 것을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렸다. 주님께서 교구민의 기도를 윤허하시어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을 교구장으로 보내주시는 크나큰 경사를 우리 교구에 베풀어주셨음에 교구민들은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가 드리는 감사의 뜻 안에는 교구장께 전적으로 신앙의 순종을 약속하겠다는 뜻을 내포한다.

예수님께서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요한 10,14)라고 하셨다. 양들은 목자를 알고 그를 믿고 따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양들이 목자를 믿고 따르도록 하시기 위해 주님께선 제자들에게 양떼를 돌볼 권위를 부여하셨는데, 그 권위가 바로 교도권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나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로 해석하는 직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교회의 살아있는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다.”(계시헌장 10항)라고 천명한다. 신앙의 기준은 자기 주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교도권의 가르침임을 명심하고, 교구장의 가르침에 반드시 순종하여야 하겠다.

우리가 교구장께 순종하여야 하는 것은 우리 교구의 내적 사정을 고려하면 더욱 절실해진다. 우리 교구의 신자수가 통계적으로는 약 45만 명에 이르지만,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는 10만 명이 약간 넘는다. 예수님께서 마태 13,18이하에서 말씀하신 그대로 수많은 이들이 세속사정에 빠져 주님을 저버리고, 외면하였나 보다. 이는 중대한 문제이다. 남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우리부터 대 각성을 하여야겠다. 장작불이 활활 불탈 때는 생나무를 집어넣어도 그 생나무까지도 활활 타오르게 한다. 그래서 먼저 우리 자신부터 활활 불타오른 장작불, 참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이보다 더 교구장께 순종하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우리 양떼는 교구장과 한 마음 한 뜻으로 교회의 일에 협력하여야 한다. 그 협력의 모범이요 모델은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성모님이시다. 성모님은 예수님께서 이루시려는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죽음에까지 동참하셨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데 우리는 너무 이기적인 이해타산에 밝아 희생이나 십자가를 가능하면 외면하려 한다. 그래서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다.”(루카 21,4)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생활로 실천하는 그 정신이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야 교구 100주년을 기해 우리 교구는 ‘새 시대 새 복음화’의 기틀을 확실히 마련할 수가 있을 것이다. 교회에 협력하는 데 인색하면서 교구장께 축하를 드리고 그분께 순종한다고 말하면 이는 거짓말이다.

우리는 이제 새 교구장 대주교님이 짊어지셔야 할 십자가를 생각하며 대주교님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다. 그 기도는 우리 자신도 교구장 대주교님과 함께 주님과 교회를 위한 “산 제물”(로마 12,1)이 되겠다는 서원을 발하는 기도여야 할 것이다. 목자이신 대주교님과 우리 양들의 운명은 하나이어야 한다. 그래야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요한 10,16)가 되어 “비뚤어지고 뒤틀린 …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필리 2,15)가 있는 훌륭한 신앙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착한 목자다. … 나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10, 14. 16) 가시고기 이야기가 새삼 기억난다. 새끼들을 지키고 부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까지 먹이로 내어주는 가시고기의 운명이 이제 교구장이 되신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의 운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