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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설정 100주년 특별기획, 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들 - 새얼학교 교사들
배움의 열정 속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1977년 10월, 대구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에서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하여 그리스도교적인 봉사정신으로 사랑을 실천하고자 야간학교인 새얼학교(제16대 교장 : 박상용 요한 신부, 교감 : 우상수 야고보)를 열었다. 30여 년 동안 중등부 335명, 고등부 212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새얼학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린 노동자 학생 중심에서 공부할 시기를 놓친 중장년층의 교육기관으로 서서히 변화되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성토마스성당(주임 : 박상용 요한 신부) 지하에 있는 새얼학교 교실에서 중·고등 검정고시 준비를 위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학년은 두 학기로 나누어 1학기는 9월 1일부터 2월 말까지, 2학기는 3월 1일부터 8월 말까지이며 최소 일 년 이상 꾸준히 출석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 은사이신 우상수(야고보)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새얼학교를 알게 되었다.”는 고유미(베로니카) 교사는 “교사 모집은 대구주보나 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신자·비신자 구분 없이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학생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간단한 연수를 받은 후 정식 교사로 임명된다.”고 했다. 현재 대학생, 현직교사, 직장인 등으로 구성된 25명의 교사들은 20여 명의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에 3시간씩 맡은 과목을 수업하고 있으며, 학창시절을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일반학교와 비슷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소풍, 체육대회, 새얼의 밤, 수학여행, 졸업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교사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장성훈(미카엘) 교사는 “매주 일정하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봉사’라는 거창한 기대를 안고 왔지만 생각했던 결과에 미치지 못해 짧은 기간에 그만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에 만족하며 활동할 교사들이 많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새얼학교 교사인 같은 과 친구가 사정상 대신 수업을 한 번 해 달라고 해서 이곳에 처음 오게 되었다.”는 김지윤 교사는 “나보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주시며 수업에 집중하시는 모습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고, 뒤늦게 찾은 배움의 기회에 감사하며 항상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고유미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의 기초 수준이 너무 낮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에 기뻐하시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수업은 일주일 내내 이루어지지만 각자의 수업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쉽지 않다. 장성훈 교사는 “더 나은 학교를 꾸려가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교무회의를 하면서 친목도모를 다지고 있다.”며 “특히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새얼학교와 함께 해 오며 전체적인 실무를 담당하고 계시는 우상수 교감선생님께서 교사들을 잘 이끌어주시고 모든 면에서 물심양면으로 봉사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동안 전액 교구 지원으로 운영되던 새얼학교는 현재 교구 지원이 전혀 없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남구청의 보조로 운영되었지만 2007년부터는 그마저 없어졌다. “처음부터 어떤 대가를 바라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만 학교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자금도 부족한 실정”이라는 장성훈 교사는 “학생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새얼학교 교사로 지내고 싶지만 지금의 재정 상태로는 앞으로 얼마나 더 학교를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었다.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을 위한 새얼학교 교사들의 따뜻한 나눔이 앞으로 계속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 새얼 교사의 기도
사랑의 주님,
새얼의 모임은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의 모임이 아니라
당신의 은총으로 주어진 사랑의 선물에
진리와 평화를 사랑하는 당신 뜻의 모임입니다.
진리를 왜곡하는 위선과, 나 자신만을 내세우는 편협한 아집을 버리고,
진리로써 우리 학생 앞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비바람이 몰아치면 함께 비바람을 견디는 나무가 되고
막막한 대양 위를 항해하는 우리의 염원을 실은 배가
다시 폭풍우를 만나도 함께 생사를 같이하여
끝내 항해를 마칠 수 있는 뜨거운 의지를 주소서.
새얼을 담은 수레바퀴가 인간의 뜻이 아닌
당신의 뜻대로 구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정신이 당신의 은총으로
새얼의 뜨락에 환히 비치는 날
모두 밝게 웃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하옵소서.
이 모든 것이 당신을 따르는 뜨거운 믿음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