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최후의 심판에 관한 비유에서, 사람의 아들이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구원된 이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께 있어 이웃 사랑은 우리의 구원에 분명한 기준이며, 하느님 사랑을 우리 삶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이웃 사랑을 잘 보여주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국의 미식축구 스타 마이클 오어와 그를 자식처럼 키운 리 앤 투오이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살해되고, 마약중독인 어머니와 떨어져 살고 있지만 뛰어난 운동신경과 착한 심성을 가진 마이클은 이웃의 도움으로 사립학교에 진학하기는 했으나,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지낸다. 추운 겨울밤, 길에서 허름한 차림의 마이클을 만난 리 앤은 그를 집으로 데려와 하룻밤을 재워준다. 마이클의 선한 심성을 발견한 리 앤과 가족들은 그를 가족으로 맞아들여 가족을 먼저 보호하려는 그의 장점을 바탕으로 미식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리 앤 가족의 사랑과 마이클의 노력은 그를 미국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하게 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백인과 흑인이 서로 다른 삶을 살면서 상종하지 않는 미국 남부지역에서 리 앤과 마이클의 만남은 특별한 것이다. 마치 강도를 만난 사람을 피해 가는 사제와 레위인(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루카 10,29-37)처럼 약간의 돈을 기부하면 가난한 이들에게 해야 할 도리를 다한 것으로 알고 자신들의 물질적 풍요를 즐기면서 사는 이들에게 마이클은 그저 무시하며 지나가는 덩치 큰 흑인일 뿐이다.
마이클을 관심의 대상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리 앤은 어떤 마음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배구 경기가 끝난 뒤 버려진 팝콘을 줍고 있는 마이클의 모습, 아들 숀과 대화를 나누는 마이클의 모습이 그에 대한 알고 있는 전부인데 말이다. 추위에 떨고 있고, 잠 잘 곳이 없는 그의 처지를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마음 그것이 리 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일방적인 사랑의 실천에서 끝나지 않고 마이클을 통해서 추수감사절이 TV앞에서 미식축구를 보며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식탁에 둘러앉아 가족이 함께 기도하며 음식을 나누는 가족의 자리를 일깨우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한다. 바로 이것이 관계를 통해서 서로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웃사랑의 전형적인 모델인 것이다.
  

터닝포인트
- 리 앤이 오갈 데 없는 마이크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
영화의 상징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리 앤의 가족이 탄 차는 삼거리에서 우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편에서 걸어오다가 짧은 대화 후 왼편으로 지나가는 마이크와 마이크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리 앤 가족의 차. 이 엇갈린 순간에 마이크를 무시하고 그냥 집으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리 앤은 차를 돌려 마이크를 따라가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마이크로 상징되는 이웃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우리들.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먼저 차를 돌려 그들에게 다가가는 삶의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마이클은 원래 빅 마이크로 불리웠는데 리 앤 가족과 살게 되면서 마이클로 바뀌었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우리에게 이웃은 누구이며, 그 대상에게 이웃사랑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 우리 주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 이번 호부터 새로운 연재를 맡은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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