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대교구에서 26명의 새로운 신학생이 탄생했다. 이들은 지난 2월 2일과 3일에 걸쳐 1박 2일동안 부곡에서 친교의 시간을 가진 뒤 돌아와 꾸르실료 교육관에서 부모님과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신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사랑과 기도로서 자녀들을 돌봐 온 부모님들과 신학교 신입생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늦게 성소를 깨달아 신학교의 문을 두드린 늦깎이 신학생에서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신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소의 체험으로 이 자리까지 온 그들은 이제 한 배를 탄 공동체가 되었다. 그동안 교구 예비신학생 모임을 통해 성소를 준비하고 친교를 다져온 이들은 이제 신학생으로서 그 첫 걸음을 떼게 된 것이다.
특히 안진형(라파엘), 성주형(라자로), 신병주(베난시오) 신학생은 대건고등학교 출신으로 2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다고 한다. 천주교 설립 학교인 대건고등학교에서 신학생이 마지막으로 배출된 때가 10년 전이다. 그런데 10년 만에, 그것도 한 반에서 3명의 신학생이 탄생하여 모두들 기뻐했다고 한다.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는데다 사제성소를 희망하기에 서로에게 힘이 되었을 터. 사제 성소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했느냐고 묻자 나머지 두 신학생이 안진형 신학생을 흘겨보며 “진형이가 자꾸 신학교에 안 가겠다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저희가 혼내주었답니다.”라며 짖궂게 대답한다. 이를 지켜보는 안진형 신학생은 멋적은 웃음만 지을 뿐이다. 표현은 못하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그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로서 위안이 되었으리라. 합격 소식이 알려진 뒤 대건고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신자 선생님들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로부터 장학금까지 받은 이들은 그 격려들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1박 2일 간의 신학교 합격자 모임은 피정과 연수의 성격보다는 앞으로 한 배를 탄 공동체로서 서로를 잘 알고 익숙해지기 위한 친교의 시간이었다. 축구, 수영, 수구 등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으며, 부모님께 편지 쓰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이제 신학교에 입학하면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을텐데 앞으로 어떻게 효도하겠느냐는 질문에 몇몇 신학생들이 “세속적인 효도는 어려울 거에요. 하지만 부모님과 가족들이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 할 겁니다.”라며 제법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생각들을 밝혀 사제성소의 길을 가는 신학생다움이 느껴졌다.
이 날 부곡에서 돌아 온 26명의 신학생들은 부모님을 만났다. 미사가 끝난 후 꾸르실료 교육관 강당에 모인 신학생들은 부모님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 있다며 무대로 올라갔다. 생활성가를 몇 곡 부른 후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가 낭독되었다.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한 편지에는 “부모님들의 정성된 기도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먼훗날 사제가 되어서도 부모님의 기도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부모님의 기도와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하느님 사랑안에서 성가정 이루시길 저희도 기도하겠습니다.”고 말한 뒤 부모님들을 향하여 큰 절을 하였다. 편지 낭독에 이어 신학생들이 ‘어머님 마음’을 불렀는데 이 때는 신학생들과 부모님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교구 성소담당 임종필 신부는 이날 신학생과 부모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제는 늘 가난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알고 섬길 줄 압니다.”라며 겸손한 마음으로 복음적인 가난한 삶을 신학생들이 살아줄 것을 당부했다.
성소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그 누구도 성소를 받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신부님이 멋있어 보이고 수단을 입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성소일지도 모른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러한 작은 생각들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므로 빠듯한 학교생활에 힘들고 지치더라도 성소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후배 예비신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했다. 이제 신학생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그들, 또 귀한 자녀를 하느님께 봉헌한 부모님들의 앞날에 항상 하느님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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