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부터 기름 1리터에 1원의 기부를 하고 있는 분도주유소 김현철(베네딕토, 삼덕성당) 사장은 나눔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해 8월 ‘분도, 축복을 전하는 사람들’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분도주유소 대명점에 ‘분도 아카데미’를 열어 보호관찰대상자, 다문화결혼이주여성, 고령자,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직업교육을 실시하며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20년 전 주유소 배달원이었던 김현철 사장은 15년 만에 어엿한 주유소 사장이 되었다. 현재 4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철 사장은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한 때 부모와 사회에 대한 원망을 가슴 속에 품고 이유없는 복수심과 폭력을 일삼으며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갔지만 다시금 힘을 내어 오늘날의 성공을 이뤄냈다. 김 사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을 해서 돈을 벌었지만 배불리 먹을 수 없었고 항상 부족했다.”면서 “열심히 일해도 가지는 것은 늘 부족하다보니 나쁜 길로 빠져 다니던 중학교까지 그만두고 골목에서 돈을 빼앗고 이유없이 사람을 때리며 막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인생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자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삶의 목표도 보람도 없던 그 때, 한 탕을 생각하며 고급주택의 담을 넘기 위해 동태를 살피던 중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행복한 웃음소리와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며 “눈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쏟아졌다.”하고 덧붙였다. 그 날로 마음을 다잡고 기름 배달을 다시 시작한 김현철 사장은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다.
 
김현철 사장이 나눔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겨울이다. 당시 밥값을 아끼기 위해 대구역 부근의 무료급식소에 간 김 사장은 노숙인들이 불도 없는 난로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기름을 부으면 금방 불길이 오를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후 몇 차례 그곳에 들러 밥을 얻어 먹었고 갈 때마다 계속해서 마음이 쓰였던 김 사장은 그렇게 몇 주일을 보내던 어느날 큰 마음을 먹고 난로에 기름을 부어 불을 피웠다. 김 사장은 “난로에 불을 피워주고 들은 ‘고맙다’는 한 마디에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은 행복을 느꼈다.”면서 “늘 ‘나쁜 놈’ 소리만 듣고 살던 제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로 인생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고, ‘나도 착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것이 나눔, 기부의 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그 후로 노인정과 무료 급식소에 적은 양의 기름을 꾸준히 갖다 주었고, 적은 돈이지만 동네 아이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쌀을 사서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김현철 사장은 “사람들이 가진 것도 없는 게 저런다고 손가락질하며 욕도 했지만 그래도 작지만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고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1997년, 모은 돈 8,000만 원을 기반으로 대출을 받아 주유소를 연 김 사장은 “그동안 기름 배달을 했던 거래처 사람들과 기부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주유소를 이용해주면서 주유소는 나날이 번창했고, 2000년, 2003년, 2006년 주유소를 더 열게 되었다.”며 “그럴 때마다 기부 액수도 늘렸고 2호점을 열면서 좀더 체계적으로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날의 수익금 중 1리터에 1원의 기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힘든 시절 하느님께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세례명인 베네딕토처럼 축복받은 자로 다시 태어난 김현철 사장은 “하느님은 언제나 제 곁에 계셨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라며 “이제는 기부금 증서가 늘어날 때마다 하느님께서 그보다 더 많이 채워주시며 늘 옆에 계시다는 것을 안다.”라고 말했다.
매년 겨울 대구·경북 지역의 50여 개 복지관에 기름을 기부하고 분도 장학금, 효도관광 지원, 매년 장애인 8쌍 부부를 신혼여행 보내는 등 크고 작은 나눔에 앞장서는 김현철 사장은 “죽어서 현금은 못 가지고 가도 좋은 일, 착한 일 한 것들은 가지고 갈 수 있지 않냐?”며 “전 지금 이렇게 적금을 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가 도와준 사람들이 오히려 저를 도와주는데 그들로 인해서 과거에 저질렀던 일을 반성하며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저를 지켜주고 이 모든 것이 제가 하느님께 받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김현철 사장은 “자녀들에게도 유산이나 지식이 아닌 덕을 쌓는 것을 가르치면서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에 데리고 다니며 눈으로,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했다.”라고 전했다.
주유소 개업식 때마다 화환 대신 쌀과 라면을 받아 불우이웃을 돕고, 단돈 1원이라도 아껴 쓸 정도로 절약정신이 몸에 배인 김현철 사장은 앞으로 교도소나 장애인 작업장, 사회적 기업 등에서 생산된 제품을 시민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분도마트’를 개장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주유소에 이동식 LCD 홍보판을 설치해서 동네행사, 자원봉사자 및 후원자 모집 등의 소식을 전달하는 지역 매체로 활성화할 계획이며, 기름을 판매한 1원의 적립을 지금껏 해오던 것처럼 꾸준히 지속하고 지역사회에 기름을 나눠주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더욱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2년 전 기름 배달을 시작했을 때 찍은 사진을 보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첫 마음을 되새기며 기부와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김현철 사장의 나눔 정신이 세상 구석구석 퍼져 나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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