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광역시 수성구 욱수동에 위치한 운경재단 <대구시 시지노인전문병원>은 사랑과 봉사의 실천이라는 설립취지에 따라 2002년 개원 당시부터 원목수녀와 함께 원목실을 운영하면서 입원 중인 어르신들의 영적 돌봄 및 상담, 임종을 앞둔 분들에게 병자성사, 봉성체 등을 주선하면서 두 분의 선배 수녀님들이 영적위안을 도모해 오셨다.
그리고 2008년 12월 19일 손성호 요셉 신부님께서 병원사목 담당신부님으로 부임하시면서 매월 미사 및 병자성사, 세례성사, 봉성체 등을 통해서 입원 어르신들과 그 가족과 신자 직원들에게 위안이 되고, 하느님의 축복 속에 영성생활은 한층 더 거듭나게 되었다. 또한 가톨릭 신자 직원들로 구성된 신우회가 발족하면서부터 신우회원들은 서로 단결하여 사랑과 봉사로 그리스도의 삶을 증거하기 위해 입원 중인 어르신들을 가족과 형제처럼 돌보면서 불편함이 없는 병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다. 현재 병원에는 240여 명의 어르신 환자들이 계시는데, 그중 가톨릭 신자는 50여 명이고 직원 중 신자는 40여 명이다.
병원 내 사회복지실에서는 어르신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그리기, 만들기, 음악치료, 꽃꽂이, 요리 등)을 통해서 보다 활기차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1년 동안 모아둔 개개인의 작품들은 12월에 병원 1층 로비에서 전시회를 갖곤 하는데 작품의 우수함에 감탄과 더불어 희망과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지난 2009년 6월에 있었던 ‘병원 원목자 모임’에서 손성호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나의 병원사목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지면을 통해 소개하려 한다.
“구약시대에는 병이 죄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신약시대에 와서는 병이 다른 이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라는 견해이므로 아픈 이를 위로하고 도와주어야 하며, 병자는 자기 스스로 행동할 수 없는 가난한 자이므로 우선적인 ‘사랑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병원사목에서 제1순위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로하고 영성을 돌보는 것이며, 제2순위는 사제를 도와 전례(미사, 병자성사, 고해성사, 봉성체, 대세, 세례성사를 위한 예비신자 교리 등)를 주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3순위로 병원 원목자와 봉사자들은 병원 내에서 선교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그러나 일부 병원에서는 선교를 바라지 않는 곳도 있다. 이는 환자와 그 가족의 민감한 마음을 고려한 때문인 듯하다). 병원 원목자는 영적 위로자로서 종교를 초월하여 병원의 모든 환자를 자주 방문하고, 상담하며, 기도하고 대세를 주고, 사제를 대신해서 예절을 인도하며, 환자의 영적, 육체적 안정을 지키도록 치료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라는 신부님의 말씀을 매순간순간 기억하며 나의 직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감사해야 할 일은 병원 측의 배려로 미사도구 일체와 제의, 영대 등을 구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병원사정으로 자주 봉헌하지는 못하지만 매월 1회 미사를 봉헌하면서 신우회 회원들은 매월 월례회를 갖고 우애를 다지고 있고, 병원의 임무 안에서 주님의 영광을 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성지순례(한티순교성지)와 피정(갈평 피정의 집)을 1년에 한 번씩 실시하고 있는데, 신우회 회장님과 부회장님, 총무님의 노력과 병원 측의 후원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이 또한 참으로 감사드릴 일이다.
우리 병원에서 2년 동안 병자성사를 받으신 분은 53명(많은 분이 선종하심)이고, 대세자는 26명(3명 외에 모두 선종하심), 세례성사를 받으신 분도 5명이다. 세례를 받으신 분 중 한 분은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누워만 계시던 분이셨는데, 세례를 받으시던 날 “내가 하느님 앞에 어찌 누워서 세례를 받겠느냐”고 하시면서 앉아서 받으셨고, 영성체 하실 때는 정성을 다해 받으셨다. 또 대세 받으신 분 중 한 분은 대세 받으신 후에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라고 말씀하셔서 곁에 있던 이들이 모두 감동을 받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금은 서동완 비오 신부님께서도 병원사목에 동참하셔서 미사와 성사를 집행하고 계신다. 원목생활 2년 동안 만났던 투병하시는 환자 어르신들과 묵묵히 이들을 돌보시는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간병사, 개인 간병인들과 병원의 모든 직원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탄과 감사와 경의를 드린다. 또한 신자기록부와 원목실의 여러 기록사항들을 컴퓨터에 담아주시고 변동사항들도 수시로 수정해 주시는 총무과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모레아 장례식장’이 같은 재단이기 때문에 거의 매일 여러 명의 장례식이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나는 노인병원에서만 일하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겪는 일이기에 ‘삶과 죽음’에 대해서 늘 생각하게 되고, 여러 증상으로 쇠약해져 가는 어르신 환자들을 보면서 미래의 우리 모습을 떠올리고 매일, 매순간을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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