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만나고 싶었습니다 - 대구대교구 가톨릭 간호사회 서문자(율리안나) 회장
이 시대의 작은 나이팅게일이 되어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채 녹지 않은 하얀 눈이 눈부시게 빛나는 오후, 대구대교구 가톨릭 간호사회 서문자(율리안나, 대구보훈병원 간호부장) 회장을 만나러 보훈병원을 찾았다. 병원 로비에서 단박 알아볼 만큼 인자한 얼굴의 서문자 회장은 만나자마자 손부터 잡아주며 반겼다. 그 내면의 정(情)을 환우들과 함께 나누며 그들의 마음까지도 보듬어주고자 애써 온 서문자 회장과 마주 앉아 대구대교구 가톨릭 간호사회(회장 : 서문자 율리안나, 담당 : 손기철 베드로 다미아노 신부) 회원들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980년 3월 22일 창립된 가톨릭 간호사회는 당시 대구, 경북 간호사 신자들을 중심으로 파티마병원의 김정자(마틸다, 초대회장) 간호사가 모임을 주선하여 이홍근(바오로) 신부를 지도신부로 모시고 30여 명으로 시작이 되었다. 서문자 회장은 “시절탓도 있었지만, 열악한 근로조건과 사회적 갈등이 팽배하던 와중에도 종합병원을 필두로 양호교사, 국군간호장교, 보건진료소에 근무하고 있던 이들이 모여 신자 간호사가 지녀야 할 책임에 대해 지속적인 회의를 하면서 그 당시 파티마병원을 비롯한 칠곡피부과병원, 국군간호학교, 포항 예수성심시녀회 등지에서 피정을 한 것이 간호사회 창립의 기초가 되었어요.” 이후 간호사 회원들은 의학윤리를 준수하고 서로 친목과 사랑으로 단결함으로써 신앙 안에서 환자들에게는 친절과 봉사를, 직장에서는 사랑과 평화를 심는 모범적인 생활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 할 것을 목적으로 가톨릭 간호사회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회원 수 280여 명을 웃돌 만큼 성장한 가톨릭 간호사회는 2010년 4월 9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창립 3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였다.

하지만 일부 가톨릭계 병원을 제외한 일반 병원에서의 간호사회 활동은 사실 생각처럼 쉽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보훈병원에서는 서문자 회장과 간호사들이 신앙 안에서 서로 일치된 마음으로 활동한 덕분에 3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하여 활동을 하고 있을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장교로 임관하여 복무한 뒤 전역해서 지금까지 간호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서문자 회장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로 여길 정도로 감사하고 가장 잘 선택한 길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제가 먼저 다가가서 환우들의 손을 잡아주고 한 마디 말이라도 따뜻하게 건넬 때 환우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때 그들이 기뻐하고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아픈 이들에게 잘 해주는 이런 일들이 바로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한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간호사의 직분으로 아픈 이들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늘 감사하다고 했다.

그동안 가톨릭 간호사회는 내적, 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매년 네 차례에 걸쳐 병원별 순회미사를 하면서 각 병원에서는 매월 자체적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고 피정과 성지순례도 겸하고 있다. 또 무의탁 환자들을 위한 의료봉사와 무의촌 진료 그리고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서 노력봉사를 하는 한편, 병원 내 예비신자들을 위한 교리와 자신들의 영성생활을 위한 성경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회원배가운동을 위해 애쓰면서 회원들의 영명축일을 일일이 기억하여 축하카드를 보내고 있고, 임원 및 회원교육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병원근무의 바쁜 일과 안에서도 회원들이 함께하는 모임에는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에 가톨릭 의사회와 같이 다녀 온 몽골 의료봉사활동은 두고두고 보람있었던 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현재 가톨릭 간호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으로는 대구파티마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칠곡가톨릭병원, 곽병원, 포항성모병원, 천주성삼병원, 보훈병원, 대구정신병원, 대구의료원, 논공가톨릭병원, 경북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병원 등이 있다.

간호사라면 누구나 <나이팅게일 선서>를 통하여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하고 다짐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 나이팅게일 같은 천사가 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가톨릭 간호사회 서문자 회장은 또 다른 천사가 되어 환우들 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단언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우리가 만나는 환우와 보호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간호사들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신앙 안에서 기도의 힘으로 살아가는 간호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고 또 그런 단체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게 현재 저의 바람입니다.” 덧붙여서 “가톨릭계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 환우들과 보호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함으로써 이 곳에서의 삶이 새로운 전교의 기회가 되고, 나아가 그들의 마음속에 언젠가 하느님께로 돌아올 수 있는 신앙의 씨앗을 뿌리는 그런 장소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한국 가톨릭 간호사회의 전국 피정 대구 개최를 앞두고 서문자 회장은 대구대교구와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의 적극적인 도움과 협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과 함께 2대 회장을 역임한 이송자(그라시아, 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병동 원목, 툿찡 포교베네딕도수녀회) 수녀의 가톨릭 간호사회 창립 30주년 메시지의 일부를 들려주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존경하는 가톨릭 간호사 여러분! 우리 예수님께서 30세가 되어 세상에 나가 당시 사회를 혁신하였듯이, 우리도 이 시대의 작은 나이팅게일이 되어 오늘도 내일도 우리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눈 맞춤으로 작은 변화와 혁신의 장을 열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