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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를 찾아서 - 선산성당 옥성공소
신앙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옥성공소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2010년 12월의 마지막 주일, 성탄의 기쁨을 가득 안고 선산성당(주임 : 허인 베네딕토 신부) 옥성공소를 향해 이른 새벽, 길을 나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자동차로 1시간 30여 분을 달려 경북 구미시 옥성면에 다다르니 서서히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일출의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공소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던 중 저 멀리 김창수(시몬) 공소회장이 손을 흔들며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며 인사를 건네는 그를 따라 마을 안에 위치한 옥성공소에 도착했다.

옥성공소는 50여 년 전 이곳에 자리 잡았다. 그 역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정봉영(마태오) 씨는 지난 시간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선산성당 초대 주임이셨던 모안세(안스카리옷) 신부님께서 가정집에서 교리공부를 시작하셨다. 많은 이들이 교리 공부를 하였기에 세례 받는 과정이 무척 까다롭고 힘들었다. 그렇게 5년쯤 지나 신자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모 신부님께서 지금의 흙집을 구입하여 공소로 사용하게 해 주셨다.”

구미 선산성당 소속 공소 가운데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옥성공소에는 20여 명 남짓한 신자들이 매 주일 아침 7시에 함께 모여 공소예절을 하고, 매월 셋째 주일에는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다른 공소 신자들은 본당에서 미사를 참례하고 있지만 우리는 신자 대부분이 연세가 많은 편이라 차로 15분 거리의 본당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공소예절 이외 특별한 활동을 하기는 힘들지만 어르신들은 이렇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큰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하고 말했다.

그동안 고령의 신자들 가운데는 미처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까닭에 교리공부를 할 수 없어 세례를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1984년에 처음 공소회장을 맡으며 이런 상황을 파악한 김 회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교리공부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연세가 많으셔서 사도신경이나 주요 기도문을 자꾸만 잊어버리셔서 세례를 받지 못하실까 노심초사한 마음에 등 뒤에서 살짝살짝 알려드린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때는 참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며 웃음 지었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해 오며 신자들 간에 끈끈한 정이 쌓여가는 동안 공소 곳곳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있다. 흙으로 지어진 공소의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어 쇠기둥을 가운데 세워 지탱해 놓은 상태이며, 임시로 설치해 놓은 간이화장실은 더이상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김 회장은 “공소예절에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얼마 전 주임 신부님께서 공소를 방문하시어 미사를 집전하시던 중 쇠기둥 때문에 신자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면서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강구해야겠다.”라고 말했다.

27년 동안 공소를 이끌어오면서 공소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김 회장에게 지난 2009년 여름, 교구에서 실시한 공소회장 연수는 매우 뜻 깊은 경험이었다. “혼자 너무 오랫동안 공소회장을 맡은 건 아닌지 깊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환길 대주교님께서 당신 부친께서는 40여 년간 공소회장을 하셨으니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다.”면서 “대주교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조만간 공소총무나 마태오 형제에게 공소회장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의 조력자 역할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비추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엄옥주(마리안나, 75세) 할머니는 “김 회장은 공소를 위해 항상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모든 일에 앞장서서 잘 하고 있다.”면서 “나를 비롯한 공소신자들 모두 김 회장이 하느님께 가는 그날까지 계속 공소를 이끌어주길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박 2일 동안 여러 공소회장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결과 “공소회장들의 공통된 고민은 공소의 활성화였으며, 그 해결책은 본당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라고 들려주는 김 회장은 “새로 부임하신 허인 신부님께서 옥성공소를 본당의 5구역으로 포함시켜 주시고 구역회의나 다양한 본당 행사에 꼭 참여하도록 격려해 주셔서 참 좋다.”라고 말했다.

여느 공소가 그러하듯 신자들의 봉헌금으로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교구 100주년 성전건립에도 작은 정성을 보태고 있는 옥성공소 신자들은 오늘도 신앙의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