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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들 - 교정사목후원회 이경숙 (마리아) 회장
담 안의 형제들에게 신앙을 전하다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누구랄 것도 없이 많은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요즘, 특별히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30년째 사형수들 곁에서 그들의 영혼을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이경숙(마리아, 대곡성당) 씨와 그 회원들을 대구교도소 인근에 위치한 교정사목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친구의 권유로 이 일을 처음 시작하였는데, 거부감이라든지 두려움 같은 것도 없이 그저 사명감처럼 그들에게 마음이 끌렸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사형수와의 면회를 주기적으로 해오고 있는데, 그 세월이 벌써 30년이 되었네요.” 면회를 갈 때마다 개인비용으로 최고 좋은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여 그들을 찾는 날이면 그들 역시 1주일 내내 봉사자들이 면회 오는 날만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 그들에게 천주교를 알리고 교리를 가르쳐 마침내 세례를 받기까지,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는 이경숙 회장은 측은지심이 앞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해 오고 있다고 했다.

“밖에서 지은 죄를 담 안에서 9년, 10년 넘게 보속하며 살면서 하나씩 하나씩 죄의 무게를 털어내듯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그런 죄를 지었나?’ 싶을 만큼 안타까울 때가 참 많아요.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잘 교화(敎化)시켜 참으로 성실히 신앙생활을 하였지만 결국 사형을 당해 하늘로 떠났을 때, 그 때는 정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요.”

이경숙 회장과 짝이 되어 사형수와 최고수들을 만나오고 있는 오춘화(안나, 월성성당) 씨는 교도소 내 성당에서 봉헌되는 매주 금요일 미사 때 전례를 맡고 있다. 곁에 있던 이경숙 회장이 “우리 안나 씨는 노래를 아주 잘 불러요.”라며 살짝 귀띔해준다. “회장님에 비하면 저는 봉사활동 한 지 회장님의 반밖에 안됩니다. 별로 오래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시간이 15년이라 하니, 이들의 활동경력은 대략 10년이 훌쩍 넘는다.

오춘화 씨는 다른 봉사활동도 물론 많지만, 이 일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욱 값지고 보람 있는 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한 번도 싫었던 적은 없었다면서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자신의 영혼도 더 맑아진다고 털어놓았다. “사형수들이나 최고수들은 항상 사회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편입니다. 1997년 이후 현재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사형제도 폐지국가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 역시 늘 긴장하며 살고 있어요. 그들의 그런 마음을 신앙 안에서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우리 봉사자들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어요.”

현재 이경숙 회장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후원회원 확보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회원모집은 재소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절실하다. 사실 교도소라는 선입견 때문에 회원모집이 잘 안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 하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오히려 봉사자로 나설 용기를 얻었다는 박정희(요안나, 도원성당) 씨. “성경공부를 하던 중에 유난히 제 마음에 오래 머물러 있던 성경구절이 있었는데, 마태복음 25장 37절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주었다.’라는 말씀이었어요. 그래서 용기내어 감옥봉사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천국이더군요. 재소자들의 눈빛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어요. 그 날로부터 지금까지 10년째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 꼭 선교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재소자가 한 명 있었고 마침내 세례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 순간에 가장 보람을 느끼곤 한답니다.”

박정희 씨는 교도소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백화점엘 잘 가지 않게 되더라고 했다. 담 안 형제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생활에서도 저절로 절제하는 삶을 살게 되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으로서 할 수 있는 작은 보속이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경숙 회장과 오춘화 씨 그리고 박정희 씨는 용돈이 생기면 그 돈을 아껴두었다가 영치금으로 넣어주곤 한다. 담 안에는 무연고 재소자들도 많은데다, 담 안에서의 돈의 가치는 담 밖에서의 돈의 가치와 달리 비록 작은 액수의 돈이라도 그들에겐 귀하게 쓰인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이경숙 회장은 이 일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해 줄 것을 간절히 당부하였다. “현재 교정사목후원회는 지도신부님과 수녀님, 봉사자 30여 명이 전례봉사, 나눔회, 카리타스(신영세자와의 만남), 레지오 마리애, 예비신자 교리, 여수감자교리, 구치소교리, 최고수와의 만남, 후원회비 지로발송작업 등 9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활동이 필요하며 그들이 잘 교화되어 사회에 나올 때 우리 사회 역시 안정되고 밝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서 교정사목에 부디 관심을 가져주시고 후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관심있는 분들과 후원회원가입 및 활동을 원하시는 분들은 교정사목후원회 사무실(053-636-8916)로 연락하면 자세히 안내해드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은 비록 갇힌 몸이지만 어느 날엔가 담 밖의 세상 속으로 당당히 걸어 나갈 그 날만을 희망하며, 신앙의 힘으로 하루하루 보속의 삶을 살아가는 담 안의 형제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이끌기 위해 측은지심으로 다가가 애쓰며 오늘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교정사목후원회 봉사자들의 모습이 봄 햇살에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