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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엘리펀트 맨(The Elephant Man, 1980)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

하느님 말씀으로 삶의 매순간을 살아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참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특별히 삶의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말씀에 의지하며 말씀을 통해 그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할 때 하느님 말씀을 통한 성화의 과정을 살게 된다.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좋은 예를 보여주는 〈엘리펀트 맨〉을 소개한다.

영국의 외과의사 프레데릭 트레비스는 서커스에서 우연히 엘리펀트 맨(존 메릭)을 발견하고, 그를 병원으로 데려온다. 처음에는 의사로 그의 희귀병에 관심을 가지고 메릭을 대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가 가진 착한 심성과 지적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메릭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혐오의 대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서커스 단장에게 납치당한다. 메릭은 서커스단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극장의 공연을 처음으로 본 그날 밤 어머니의 꿈을 꾸며 평안히 죽게 된다.

19세기 런던에 실존했던 다발성 신경섬유종증 때문에 엘리펀트 맨으로 불렸던 조지 캐리 메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몸짱, 얼짱, 다이어트, 성형으로 대표되는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인간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 기형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누구보다도 뛰어난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녔던 메릭과 외형적으로는 정상이지만, 그를 조롱하며 호기심거리로 바라보는 대부분의 비뚤어진 사람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메릭의 인간적 감수성은 그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트레비스의 집을 방문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호의에 감동했을 때, 여배우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주고 받다가 메릭은 엘리펀트 맨이 아니라 진정한 로미오라는 고백을 들었을 때 그는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과 멸시 앞에서 자신을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외치는 메릭을 지켜낸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말씀을 통한 하느님에 대한 열정이었다.

특히 영화 말미 트레비스 앞에서 “제겐 일분 일초가 행복이에요. 제 인생은 충만해요. 사람들이 절 사랑하니까요. 새로 태어난 기분이에요.”라고 고백하는 메릭의 모습에서 그동안 그가 겪었던 수많은 멸시와 고통을 넘어서 늘 감사하며 사는 온전한 신앙인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터닝포인트

- 엘리펀트 맨(존 메릭)이 시편 23편을 암송하는 장면(46:23~51:43)

병원 원장은 메릭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메릭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실망하며 방을 나간다. 이때 외과의사 트레비스가 돌아서 나가다가 메릭이 시편 23편을 암송하는 것을 듣고 병원 원장을 불러 듣게 한다. 두 사람은 다시 방에 들어가 메릭에게 어떻게 시편구절을 암송하게 되었는지 묻는다.
메릭은 “매일 성경과 기도문을 읽었고, 시편 23편이 가장 아름답다.”라고 대답한다. 이 장면을 통해서 병원 원장과 트레비스는 메릭을 엘리펀트 맨이 아니라 온전한 인격체로 다시 보게 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주위의 불편한 이웃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 어려운 삶의 순간에 하느님 말씀(성경)을 읽고 되새기려 하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에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