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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들 - 권영호, 김남수 병원 봉사자
참 좋은 몫을 택하다


취재|김선자(수산나) 기자



낮은 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셔서 당신 자신을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 봉사자. 병마의 고통 속에서 좌절, 외로움, 분노, 불안, 상실, 무기력을 느끼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와 사랑으로 다가가는 나눔의 참 좋은 몫을 택한 병원 봉사자 권영호(미카엘, 성안드레아성당) 씨와 김남수(안젤라, 수성성당) 씨가 전하는 나눔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경북대학교 병원 원목실을 찾았다.

가두 선교를 다닐 정도로 건강하며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인 어머니가 대장암 진단을 받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할 때 만났던 봉사자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병원 봉사자가 되었다는 권영호 씨는 “병실에 찾아와 기도해주는 봉사자들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고, 병자성사를 받게 해주며 여러 가지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고 또 집까지 찾아오셔서 많은 힘을 주신 수녀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면서 “갑자기 닥친 일로 두려움이 컸는데 그분들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그렇게 시작된 봉사가 올해로 12년째라고 전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김남수 씨는 간암에 걸린 남편에게 간을 주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것을 계기로 하느님을 알게 되었다. 김남수 씨는 “간이식수술을 했지만 용량이 부족하여 남편의 상태가 악화되어 아들이 다시 남편에게 간을 주기로 하고 입원해 있었는데 그때 수녀님과 봉사자들의 방문을 받았다.”며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퇴원하면 꼭 이런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퇴원한 후에 세례를 받아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들려준다.

아픔을 겪은 후 세상의 소중함과 작은 일에 감사함을 늘 잊지 않게 되었다는 권영호 씨와 김남수 씨는 환자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하고 미사시간 안내, 봉성체 파악, 병실마다 신자 환자 파악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권영호 씨는 “처음에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면서 위로를 했는데 점점 지내면서 보니 병원도 군대와 마찬가지로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교를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아프면 인생의 무상함, 인간의 연약함,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여 종교를 찾게 되는데 이때를 통해 스스럼없이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동대구역에서 선교를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선교에 할애한 권영호 씨는 “어떤 일로 하느님의 큰 사랑을 체험하게 되면서 제 자신이 많은 변화를 느꼈는데 자그만치 33가지나 변했다.”면서 “어느 날 문득 저는 하느님께 하나도 드린 게  없다는 생각에 하느님께서 무엇을 하면 기뻐하실까 기도하던 중 “너희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복음을 선포해라”는 말씀이 와 닿아 그때부터 선교책자를 사서 외웠고 선교대학을 수료한 후에는 이판석 신부님의 가두선교단에 가입하여 어머니가 편찮으시기 전까지 함께 선교했다.”고 전했다.

병원 봉사를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는 김남수 씨는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자신도 중병을 앓고 있으면서 다른 환자분들을 물심양면으로 챙겼던 크리스티나 자매님 같은 분들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매사에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죽을 때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권영호 씨는 “처음엔 소극적이었던 선교도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일이 없다.’라는 말씀을 깨닫고 나서부터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며 “결과는 주님께 맡겨놓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영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병원 봉사자로 살다보면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 권영호 씨는 “방학을 맞아  귀국했던 키 크고 잘 생긴 젊은 청년이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것을 보며 해 줄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어 마음이 참 아팠던 적이 있었고, 암환자인 남편을 간호하는 79세 할머니를 만났을 때 천주교 봉사자라는 말에 환하게 웃으며 자기도 ‘천주교에 다니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누구도 성당에 나가자고 한 사람이 없었다.’며 인도해 달랬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며 “병실을 찾아 다니다보면 천주교에 대한 호감을 가진 분들도 만나고 쉬는 교우들도 만나는데 이들에게 종교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 언젠가는 믿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들과 지내다보면 힘든 일도 있지만 그들에게 오히려 위로와 사랑을 얻는다는 권영호 씨와 김남수 씨는 “시간이 많아서, 물질이 풍부해서 하는 것은 ‘봉사’가 아니다.”라며 “‘봉사’ 하면 거창한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봉사의 시작”이라고 들려준다.

지금 이 시간, 수 많은 봉사자들이 몸과 마음을 다해 다양한 나눔의 형태로 이웃을 만나고 있다. 하느님에게서 참 좋은 몫을 택한 이들 봉사자처럼 실생활 안에서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