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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부의 먼 곳에서 만나는 예수님
증언3


마진우(요셉)|대구대교구 신부, 볼리비아 선교 사목



다음의 글은 ‘어른스런’ 이성교제를 체험한 한 교리교사의 고백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성을 향한 사랑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마음, 그 가운데에 가까이 있는 이들의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을 체험하고 다시금 하느님에게로 마음을 돌이키는 영적인 여정이 잘 드러나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미흡한 번역이지만 찬찬히 살펴보시면서 그 여정에 동참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사명은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의 이 말씀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마음 속에 수도자가 되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처럼 ‘이성과의 사랑에 빠져 보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 사랑에 빠져 보고픈 마음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확고하게 응답하는 것을 방해한 것 같습니다. 그 이성과의 사랑에 빠져본 후에야, 한 청년과의 첫 사랑의 경험 후에야 비로소 저는 그것이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보 같으니라구!

그 친구는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나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그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날 필요로 했던 부모님과 교회 안에서의 나의 약속, 그리고 내가 함께 해 주기를 바라던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말이죠.

수녀원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던 어느 날, 저는 아기 예수님에게 들고 갈 선물에 대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기 예수님에게 제 마음을 잘 준비해서 바치기로 결심했었지요.

그러나 12월 24일이 되었을 때 저는 이미 제 마음의 고향에서 멀리 떠나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성탄을 위해 꼬맹이들과 나 자신을 준비하고 꾸미고 있던 터였습니다. 입을 옷과 내 신발, 하지만 저는 가장 중요한 제 마음을 준비하는 걸 잊어 버렸습니다. 그 모든 일이 있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순결한 약혼녀일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가 나를 가로막았고, 이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이 사람을 너무 깊이 사랑해 버렸거든요.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런 나의 상황으로 무척이나 슬펐고 우울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오빠의 엄청난 애정을 느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변화되었습니다. 내가 그토록 간절히 그들에게서 원해왔던 애정이었고 그것을 느꼈을 때는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제야 소중한 것은 다름 아닌 나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저 역시도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나의 사랑은 이성을 향한 애정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소중한 이들을 내버려 둔 채로 오직 그와의 사랑 하나만을 선호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저는 덜 중요한 것을 선택했었습니다. 연인과 함께하는 것을 더 사랑했고 성탄의 밤에 그와 함께 예쁘게 있고픈 마음으로 저를 준비하고만 있었지, 예수님께 봉헌할 제 마음을 준비하고 보듬는 것은 잊어버렸습니다. 이제 와서야 예수님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가진 물적이고 영적인 모든 것을 그것들이 필요한 모든 이들과 나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이런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세상 것들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다시금 어떤 이성과 사랑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어떤 경우에 나를 사람들 앞에서 보기 좋게 가꾸는 것이 필요할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것들을 추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은 덤으로 따라오는 것들입니다. 지금 나의 우선순위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 다른 이들 안에서 만나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많은 청년들은 자신이 간절히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느끼지만 그 원의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혀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참 사랑에 대한 갈구와 이성교제를 혼동하기도 하지요. 하느님은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들어 서로 이끌리게 하셨고 사랑하게 하셨지만, 이 사랑 역시도 완전하고도 영원한 사랑에로 방향 지워져 있지 않으면 서로 실망하게 되고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그저 이성적인 매력을 한껏 가진 배우자들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진정 서로를 완성시켜줄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하늘나라를 위해서 스스로 자신을 봉헌할 수 있는 길도 있다는 것도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가슴 깊이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수많은 다른 청년들의 연인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하는 나의 청년 여러분, 사제가 되어 주십시오! 수도자가 되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