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에는 국가 및 공공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등의 사회규범인 ‘법’이 있으며, 이 법과 연관된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바로 ‘법조인’이다. 법률 사무에 종사하는 법조인들이 신앙으로 함께 모인 대구대교구 가톨릭법조인회,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통해 신앙 안에서 우리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이 다가온 듯 햇살이 무척 따사롭던 어느 평일 오후, 김찬돈(스테파노) 회장을 만나기 위해 대구법원 수석부장판사실을 찾았다. 바쁜 일정 가운데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준 김찬돈 판사는 ‘법원’이라는 딱딱한 분위기와 달리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주었다.
먼저 김 판사는 대구대교구 가톨릭법조인회의 시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이번 취재를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정확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법조인들이 단발적으로 모이다가 점차 모임이 구체화 되면서 현재 가톨릭 법조인회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회칙이 1999년에 재정비 된 것으로 모아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 판사가 가톨릭 법조인회에 가입하던 1991년 당시에는 법조인 수가 그리 많지 않아 판사, 검사, 변호사는 물론 법원 공무원, 법무사 및 소속 직원들까지 모두 가입했다. 그러나 법조인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2000년부터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만 가입하고 있다. “대구법원,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에 근무하는 판사와 검사 그리고 대구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는 김 판사는 “직업의 특성상 인사발령으로 인한 잦은 이동으로 회원 수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25-30명 정도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라고 들려주었다.
이렇게 모인 회원들은 매월 둘째 월요일, 2대리구청에서 가톨릭법조인회 담당사제인 2대리구장 장정식(마티아) 주교대리 신부를 모시고 회합을 가진다. 김 판사는 “장 신부님께서 꼭 참석하여 좋은 말씀을 해 주시며, 묵주기도, 복음 나누기, 저녁 식사를 하며 신앙적으로 더욱 충만해지고 서로 간의 화합을 이루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밖에 가톨릭 법조인회에서는 일 년 내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판사는 “한 달에 한 번씩 회원 가운데 변호사 4명이 모자 일시 보호시설인 ‘대구 가톨릭 여성의 집’을 방문하여 위자료, 자녀 양육권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법률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 외에도 변호사 상담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연락이 오면 회원들과 연결하여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가톨릭 법조인회에서는 법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주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소송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국가에서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주어 답답한 현실에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름다운 계절 5월이 되면 가톨릭법조인회 회원들은 성모당에서 봉헌되는 성모성월 미사에 함께 참례하며, 6월에는 복잡한 도심을 떠나 일일피정을 실시한다.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에는 회원들이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김 판사는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누기 위해 가톨릭 근로자 회관 등 국가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아 보조금 지원이 없는 시설을 중심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회원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송년미사를 봉헌하며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가톨릭 법조인회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회원들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가운데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김 판사는 예전에 비해 신앙적인 활동이 부족한 것 같아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10여 년 전에는 법조인회 내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실시하여 10여 명이 세례를 받은 적도 있었고, 2005년경에는 10여 명의 회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8개월에 걸쳐 성경 통독을 했다.”는 그는 “현재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 가운데 가톨릭 신학원에서 실시하는 강의를 듣고 상당한 수준의 교리 실력을 갖춘 이들이 있다.”면서 “앞으로 그들을 중심으로 예비신자 교리 등의 신앙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하였다.

김 판사는 “법이나 재판 등 우리의 생활이 항상 메마른 것 같지만 법조인회 활동을 하면서 일에 있어서도 규범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온정과 사랑을 넣을 수 있는 여지를 반영하게 되어 훨씬 즐겁게 일 할 수 있고, 동료들이나 다른 판사들과의 관계를 더욱 밝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음은 물론 개인적인 생활에도 큰 힘이 되었다.”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레지오 활동, 꾸르실료 참가 등을 하고나면 내가 투자한 것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받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활동에 있어 항상 조심스러움이 뒤따른다. 그는 “같은 신앙으로 함께 하는 것을 자칫 판사와 변호사 간의 유착관계인 양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기에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2011년을 시작하며 법조인회에서는 큰 계획을 하나 세웠다. 그것은 바로 ‘숨어있는 가톨릭 법조인 찾기 운동’. 김 판사는 “잦은 인사이동으로 회원 수가 쉽게 늘지 않는 것을 큰 숙제로 여기던 중 지난 해 송년미사를 봉헌하면서 회원들과 함께 냉담자 회두나 법조인회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회원들을 찾아내자고 다짐했다.”면서 “회원들 각자가 한 명씩만 모시고 오면 회원 수가 금세 2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대구대교구 가톨릭법조인회, 앞으로 그들의 활동에 주님께서 항상 함께 하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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