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설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역사적이고 뜻 깊은 날에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막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100년 전에 우리 대구교구가 탄생할 수 있도록 섭리해 주시고, 지난 100년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또한 오늘 드디어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막하기까지 지난 4년간의 준비과정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여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가운데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시노드 대의원 여러분들과 그 외 참석하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교구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한국천주교회에서는 본격적인 의미에서 최초로 시노드를 개최한 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함께 가자, 생명의 길로!’라는 표어 아래 1994년부터 준비를 하다가 1997년 11월 30일에 시노드 본회의를 개막하였고, 수차례의 분과별 회의들과 세 차례의 대의원 총회를 거쳐 1999년 10월 10일에 폐막을 하였던 것입니다.
제1차 교구 시노드 회기 중 마지막 총회(1999년 7월 17-18일)에서 시노드 대의원들이 가까운 장래에 제2차 시노드를 개최할 것을 교구장께 청원한 바 있습니다만, 제1차 시노드가 폐막한 지 12년 만에 제2차 시노드를 개막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교구설정 100주년을 앞두고 교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청사진을 짜기 위해 100주년 전에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전임 교구장이셨던 고 최영수 대주교님께서 선종하신 후 교구장 공석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었기 때문에 조금 지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교구 100주년을 맞이한 이 뜻 깊은 날에 드디어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막하게 된 것 또한 하느님의 섭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 100년간은 우리 민족과 교회에 있어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일제 강점기라는 고난의 시기를 거쳤고, 민족해방의 기쁨도 잠시, 6.25동란이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었습니다. 그 후로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왔었습니다. 이러한 위기와 시련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으며 대구대교구 또한 꾸준한 성장과 지역의 복음화에 매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교회에도 큰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통과 권위를 따르는 것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각자가 갖가지 정보를 나름대로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갈수록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고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신앙의 열기와 선교열의가 식어가고 있고, 냉담자들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으며,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높이가 높아진 평신도들은 강론이나 사목적 배려에 있어서 성직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요청을 해오고 있습니다.
교회 외적으로는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소외계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와 이기주의 사조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되고 있으며 정직과 성실이 사라지고 대신 거짓되고 천박한 풍조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시대를 살면서 교회는 현실을 직시하고 거기에 맞는 복음화의 전략을 새롭게 찾아야 할 것이며, 또한 거기에 맞는 체질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제2차 교구 시노드는 ‘새 시대 새 복음화’를 지표로 삼았으며, ‘새 시대의 복음화를 위한 전망과, 성숙한 교회 공동체 실현’이라는 의제를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복음화’는 교회의 변함없는 사명이자 목적이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우리와 우리 교구가 어떻게 쇄신하고 준비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4가지 분야별 주제를 정하여 본당별 토론마당을 개최하였으며, 사제들도 지역별 회의와 사제연수를 통하여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시노드 본회의에 올릴 의안을 작성하였던 것입니다.
그 4가지 분야별 주제는 첫째, ‘젊은이의 복음화’이며, 둘째는 ‘새 시대 선교’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배려’이며, 넷째는 ‘교구 및 대리구와 사제생활’입니다.
이제 시노드를 시작하면서 대의원들이 이 4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열심히 토론에 임하게 될 것이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노드는 단순히 교회 신자들의 의견을 모아 경청하고 그것을 다시 대의원들이 토론하여 교구 정책에 반영하자는 회의가 아닙니다. 우리 교회 안에 함께 하시고 활동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시노드라는 이 회의를 통하여 하느님의 참 뜻을 교회 공동체가 온전히 깨닫고 공동체가 새로운 삶을 사는 쇄신의 계기가 되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자리의 시작을 알리며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겸손되이 청하며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드리는 이 시노드 개막미사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그래서 오늘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막하면서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성령께서 우리 마음과 우리 지혜를 밝혀주시고 이끌어 주시도록 모든 교구민과 더불어 열심히 기도드려야 할 것입니다. 자신을 매일 하느님께 봉헌하며 기도하지 않고는 시노드가 성공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교구 시노드를 통하여 모든 교구민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힘을 얻고,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위안을 받으며, 성령의 감화로 친교를 나눔으로써 더욱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힘차게 도약하는 대구대교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교구 시노드 대의원 여러분,
여러분은 교회를 위해 특별히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시노드 회기 동안에 열심히 참여하여 의안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교회가 여러분에게 부여한 권리와 의무를 다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각자 하시는 일들이 바쁘시겠지만 하느님의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시노드는 교회의 일이며 교회의 일은 곧 하느님의 일인 것입니다.
시노드 본회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으시는 교우 여러분들도 대의원들과 마음으로 함께 하여 주시고, 성령께서 우리 교구와 시노드 대의원들을 비추어 주시고 잘 이끌어 주시기를 열심히 기도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성녀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1년 4월 8일 교구설정 100주년 기념일에
제2차 교구 시노드 개막미사를 봉헌하며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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