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많은 언어들 가운데 하나인 수화(手話)는 청각장애 또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언어이다. 대구대교구 농아선교회(담당 : 이정효 예로니모 신부, 회장 : 이옥순 아녜스) 회원으로 청각·언어장애를 지닌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수화봉사자들은 주일마다 계산주교좌성당의 오전 10시 미사에서 통역 봉사를 하고 있고, 셋째 주일 오후 3시에는 지도신부 주례로 봉헌되는 회원 월례미사에서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 주일미사에는 청각·언어장애인 70여 명과 수화봉사자가 15명 정도가 참석하고 있는데, 수화봉사자들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미사 통역을 함으로써 그들이 미사 전례의 의미를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전 10시 미사가 끝난 뒤, 수화봉사자들 중 이옥순(아녜스, 매호성당) 회장과 이정옥(로사, 복현성당) 씨를 성당 옆 카페에서 만났다.
 
“미사 후에는 10-15명 정도의 수화봉사자들이 계산문화관에 모여 수준별로 수화를 배우고 있다.”고 들려주는 이옥순 회장은 “12시부터 2시까지는 이정옥 선생님의 지도로 고급반 과정을, 2시부터 4시까지는 초·중급반을 수료하고 올라온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수화도 언어이므로 다른 언어를 배울 때처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데다, 의사전달을 손동작으로 동시통역을 해야 하므로 손의 유연성이나 민첩성 또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수화통역사로 모 방송국에서 뉴스 통역을 하면서 대학에도 출강하고 있는 이정옥 씨는 “처음 수화와 인연을 맺고 선교회 활동을 하면서부터 점점 더 깊이 수화의 세계로 이끌리어 계속 공부를 하게 되었다.”면서 “20년 넘게 농아인들과 수화로 소통하며 지내다 보니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삶의 일부이자 생활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 열정 덕분에 이정옥 씨는 나사렛대학교 국제수화통역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박사과정도 수료한 상태라고 했다.
2006년부터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옥순 회장은 현직 교사로 또 주부로 바쁜 삶을 살면서도 주일이면 청각·언어장애인들과 수화봉사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옥순 회장은 “미사 통역 외에도 홀로 계신 청각·언어장애인 어르신 방문과 사순·대림 피정, 성지순례, 경로잔치 등 다양한 행사들을 추진하고 있고, 3월에는 척사대회를 통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고 했다. 계속해서 “올해 사순피정에는 청각장애인으로서 사제서품을 받은 서울대교구 박민서(베네딕토) 신부님을 초빙하여 일일피정도 하고 고해성사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신들이 하는 작은 봉사활동들을 통해 청각·언어장애인들이 기뻐하고 고마워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옥순 회장. 그녀는 “그들이 스스로 주님을 찾아오는 것도 감사할 일이지만, 아직 주님을 찾지 않고 있는 젊은 청각장애인들과 언어장애인들을 끌어안는 것도 장차 우리 봉사자들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그들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들려줬다. 20년 넘게 수화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균(대건안드레아, 계산성당) 씨는 “우연히 누나를 따라 왔다가 시작한 일이 벌써 20년이 되었다.”며 “처음 수화를 배울 때는 표준 수화로 배워 익혔다가 나중에는 농아인들이 자주 쓰는 농식 수화(사투리식 수화)를 다시 배워 통역해야 하므로 다소의 어려움도 따르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수화를 배울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배울 수 있고 또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는 이들 봉사자들은 “앞으로 좀 더 수화봉사자들이 늘어나고 활성화 되어 아직까지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고 있거나 또는 신앙을 가질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집에만 있는 이들도 모두 하느님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에 청각장애 또는 언어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없다면 자칫 관심도 없고 소홀할 수밖에 없는 수화(手話).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농아선교회 수화봉사자들은 청각·언어장애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좀 더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수화를 배우고 익혀 소통의 길을 터 줌으로써 나눔의 삶을 아낌없이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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