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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성지를 찾아서 ⑤ - 성모당
드망즈 주교의 허원과 성모당


취재|김선자(수산나) 기자

프랑스 루르드 성모동굴과 닮은 성모당을 지어 봉헌 한 지 93년, 현재 성모당은 많은 이들이 순례하고 기도하는 장소로 대구대교구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국 신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순례지이다. 대구대교구는 매년 성모성월 5월이면 성모님께 받은 은총에 감사드리며 본당별로 성모의 밤 행사를 열고 미사를 봉헌하며 축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성모당은 대구교구 초대 교구장 플로리아노 드망즈(Florian Demange, 한국명 : 안세화 安世華) 주교에 의해 봉헌되었다. 열악한 상황의 대구교구에 부임한 드망즈 주교는 주교좌성당 근처의 한옥을 세내 임시로 정착했다.

1911년 7월 2일 루르드 성모님을 교구 주보로 선포한 드망즈 주교는 교구 기틀 마련 제반 사업으로 첫째, 주교 및 선교 사제들이 거처할 주교관. 둘째, 사제양성을 위한 신학교. 셋째, 주교좌성당 증축 계획을 세웠지만 재정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드망즈 주교는 성모님께 “청원을 들어주시면 주교관 내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봉헌하고 그 곳에 루르드의 성모동굴 모형대로 성모당을 세워서 모든 신자들이 순례토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가장 먼저 성모당 대지를 구입했다.

드망즈 주교의 허원대로 성모님은 1913년 주교관을 짓도록 도와 주셨고, 이어 1914년에는 영남 최초의 대학인 성 유스티노 신학교가 완공되었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던 주교좌성당의 증축공사가 재정 확보의 어려움을 겪자 루르드의 성모당 공사도 상당히 늦어지는 듯했다. 또한 이때 소세 신부가 중병을 앓아 임종 직전에 이르자 드망즈 주교와 수도자, 학교의 어린 소녀들이 함께 루르드의 성모님께 “만일 소세 신부를 낫게 해주시면 주교좌성전 증축 공사 전이라도 성모당을 만들겠다.”고 기도하며 다시 약속했다. 그리하여 9일 기도 마지막 날에 소세 신부의 병이 낫자 드망즈 주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1917년 7월 31일 루르드 성모동굴 공사를 위한 정리 작업을 시작하여 이듬해인 1918년 10월 13일 신자들이 함께 축하하는 가운데 성모당 축복식을 가졌다. 이날 드망즈 주교는 “대구교구 7년 동안 성모님께 한 청원이 모두 성취되었다.”고 알렸다. 성모당 전면의 라틴어 ‘1911 EX VOTO IMMACULATAE CONCEPTIONI 1918’는 ‘원죄 없이 잉태하신 성모님께 1911년의 허원에 따라 1918년에 지어 바침’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성모당은 드망즈 주교의 대구교구에 대한 헌신과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믿음, 성모님께 드리는 사랑과 공경으로 봉헌된 순례지이다. 대구교구에 대한 드망즈 주교의 사랑과 헌신의 결정체인 성모당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믿음, 사랑을 주고 있다.

2009년 3월 27일 교황청 내사원이 성모당과 교황성모대성전이 유대관계를 맺는 청원을 받아들여 그해 4월 22일 인증서를 수여받은 후 성모당은 전대사가 수여되는 성지의 특전을 누리게 되었다. 전대사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2월 11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 성모대성전 주보축일(8월 5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성모당 봉헌 축일(10월 13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12월 8일)에 받을 수 있고, 또 한 해에 한 번 신자가 자유롭게 선택 할 수 있으며, 성모신심 목적의 단체가 성모당을 순례할 때도 허용된다.

드망즈 주교는 유시(諭示)를 통해 성모당 순례객들에게 “루르드 허원굴에 남녀 교우들을 참배하기로 권면하노니 교우들이 참배할 뜻이 세 가지 있을 수 있으니 한 가지는 성모를 그저 공경하고 감사할 뜻으로 참배함이요, 한 가지는 영혼이나 육신의 은혜를 얻고자 하여 굴 앞에서 구하며 기구의 특별한 효험이 있을 줄 믿는 뜻으로 참배함이요, 한 가지는 영혼이나 육신의 은혜 얻기를 원하는데 성모께서 얻게 하시면 굴에 참배하기로 미리 허원하고 은혜를 받은 후에 허원을 채우기 위하여 참배하는 뜻이니라. 아멘.”이라고 전하고 있다.


Tip
루르드의 성모님과 벨라뎃다

1858년 프랑스 루르드 가브 강가에 마사비엘이라고 하는 굴에 성모 마리아께서 벨라뎃다라 불리는 열 다섯 살 소녀에게 발현하셨다. 벨라뎃다는 발현하신 성모님을  “젊은 부인으로 눈과 같이 흰 옷을 입으시고, 흰 수건을 쓰시고, 청색 띠를 띠시고, 손을 합장하시고 오른팔에 은색 알 묵주를 드리우시고, 벗은 발 위에 노란 장미꽃이 있었다.”고 묘사했다. 첫 번째 발현하시어 벨라뎃다에게 성호를 잘 긋도록 가르치고 로사리오를 외우게 했으며 같이 손가락에 묵주를 움직이되 입으로는 성모경을 외우지 아니했다. 그후 발현하실 때마다 그와 같이 하였다. (중략) 15일 동안 벨라뎃다가 여러 번 부인에게 당신 성명을 가르쳐 주시기를 청했으나 부인은 은근히 웃으시기만 하시고 대답하지 아니 하다가 마침 주님 탄생 예고 축일(3월 25일)에 벨라뎃다가 다시 당신 성명을 가르쳐 주시기를 간절히 구하자 이에 부인이 손을 합장하고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시기를 “나는 원죄 없는 잉태이다.”라고  하셨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