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대병원과 경대병원에서 봉사하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봉사하게 된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어머니께서 대장암으로 입원하셨을 때, 당시 가톨릭 종교실의 봉사자들과 수녀님이 수시로 병실로 찾아와 기도와 신앙안내를 해준 것이 인연이 되었던 것이다. 그때 임종이 임박하여 여러 가지 두려움과 불안을 갖고 있는 어머니께 구원에 대한 희망을 심어 주고, 자신과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도록 돕고, 하느님과의 관계개선을 통하여 참으로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였다. 나는 그때 그 분들의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저런 봉사를 하면 참으로 보람되고 의미가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 자신과의 약속대로 지금 영대병원에서 8년, 경대병원에서 3년째 봉사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환자들과 대화를 통하여 그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하도록 기도한다. 또 신자들을 파악하면서 봉성체 및 병자성사, 미사참례 등 신앙안내도 하고 있다. 환자들은 대개 질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되고, 자신의 부족함과 허물에 대하여 생각하며, 또 평소에는 신앙에 대하여 무관심하다가도 인생의 무상함을 실감하여 삶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생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절대자를 찾아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얻고자 한다. 이런 환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함으로써 희망의 삶으로 안내하고자 애쓰고 있다.
내가 복음을 알리려고 병실에 들어설 때는 요한복음 14,1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하신 말씀으로 ‘잘 될 것이다. 성령께서 도와주실 것이다. 반드시 교회에 나오게 될 것이다.’하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 있고 적극적인 자세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비신자들을 만나면 밝은 얼굴로 겸손하게 다가가 신앙을 가짐으로써 좋은 점이라든지, 나의 신앙체험담을 자연스럽게 들려주며 ‘종교 필요 없다, 관심이 없다, 시간이 없다.’라고 하는 환자에게는 종교가 필요한 이유와 시간이 없어도 꼭 가져야 할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준다. 이때 선교 책과 가톨릭신문을 전하면 공감하는 환자는 자기소개서도 써 준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복음의 씨를 뿌리고 그에 따른 결과는 하느님께 맡긴다.
선교는 대단히 어려운 활동이기 때문에 기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복음을 전할 때 나의 인간적인 모든 지혜와 방법을 강구하더라도 성령께서 그 사람을 인도해주지 않으면 복음 선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방문 전과 후에 한 영혼이라도 구하게 해달라고 계속 기도한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써주거나 신앙에 관심 있는 환자는 선교노트에 기록하고, 소속 본당에 연락하여 예비신자 교리반에 입교하도록 하고 있다.
병실을 방문해보면 많은 교우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외면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쉬는 것을 알게 된다. 교회에 못나가는 그들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우울하다고 하며 항상 하느님께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갖가지 사연으로 냉담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말은 언젠가는 반드시 성당에 나간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냉담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해준다. 그리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해주며 필요한 교리를 정성껏 설명하고 교적정리를 돕고 미사참례를 권유하여 빠른 시일 내에 성사를 보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렇게 선교를 하다보면 타종교신자, 종교에 배타적인 사람, 사이비 종교 신봉자들이 비아냥거리며 성경내용을 질문하여 감정을 상하게 하는 수도 있고, 심지어는 병실에서 쫓겨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언쟁을 삼가고 인내와 사랑으로 그들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현세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내세에서 엄청난 결실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영혼구원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고귀하며 여기에 인간의 영원한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희생과 고생을 치르더라도 선포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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