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은혜로 교구 100주년을 경축하는 장엄 감사미사를 봉헌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 미사에 함께 하신 모든 교형자매 여러분들과 내외귀빈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이 시간 평화방송 생중계를 통해 이 미사를 시청하시는 분들과, 이 자리에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이 감사미사와 같은 지향을 가지고 기도하시는 모든 교구민들에게도 하느님의 무한하신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1911년 4월 8일 대구대목구로 시작된 우리 교구가 1962년 3월 10일 한국교회의 교계제도 설정과 더불어 대교구로 승격한 역사적 사건을 비롯한 지난 100년 동안의 거듭된 발전은 하느님의 섭리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 교구 100주년 기념 감사미사가 공식적으로 봉헌되는 이곳 대구 시민운동장은 우리 교구민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새겨진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 1일 복자품에 오르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과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식을 위해서 한국을 방문하시던 해인 1984년 5월 5일 바로 이곳에서 사제서품식을 집전하시고 우리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신 뜻 깊은 곳입니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오늘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이한 우리 교구와 우리들을 기억하시고 하느님께 전구해주시기를 청합니다.
227년 전 이승훈 선생께서 중국에서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돌아옴으로써 시작된 조선의 천주교회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모진 박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마치 식물의 씨앗이 바람에 의해 세상 곳곳으로 뿌려지듯이, 그 당시 신자들은 박해라는 바람을 타고 경상도 지방에까지 날아와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100년 전에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대구대목구가 설립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신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 1911년 6월 11일 명동성당에서 주교 서품을 받으시고 6월 26일 대구에 부임하셨을 때 대구에는 대구본당, 즉 오늘날의 주교좌계산성당 하나만 달랑 있었을 뿐 당신이 거처하실 주교관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교님께서는 절박한 심정으로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교구 주보로 선포하시며, 성모님께서 이 어려운 교구 재정 관리를 친히 맡아주시기를 청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결코 물질적인 걱정 때문에 복음화를 위한 유용한 사업의 기초를 닦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모님께 다짐하셨던 주교님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대구교구는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많은 어려움과 시련도 있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였습니다. 특별히 우리 교구는 그동안 선교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사업에 주력해왔으며, 복음적인 가치와 가톨릭 정신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교육 사업에도 힘써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 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 감사미사를 봉헌하면서 그동안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심었던 신앙 선조들과, 목숨으로 그 신앙을 지키신 순교선열들, 또한 그 신앙을 가꾸기 위해 열정을 바치신 역대 교구장님들과 사목자들, 그리고 수많은 수도자들과 평신도들, 이분들의 숨결을 느끼며 하느님의 놀라우신 은총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나라에 조선교구가 설립될 때부터 조선의 선교를 맡았었고 또한 저희 대구교구의 기초를 단단하게 닦아주셨던 파리외방전교회에 이 자리를 빌어서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6.25사변 후에는 미국 가톨릭교회의 도움을 받았고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가톨릭교회의 도움을 받았음을 기억하며, 이 자리를 빌려 교구의 모든 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현재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자리 잡고 있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지역민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00년 동안 여러분의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이 자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배 신앙인들이 물려준 신앙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여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하고자 합니다. 순교자의 후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신앙의 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지, 미래의 교구를 어디로 방향지어야 하는지, 이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기쁘게 고민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새 시대 새 복음화’를 위하여 더욱 성숙하고, 더 의미 있고, 더 가치 있는 미래의 교구를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가꾸어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삶의 형태가 다양화 되고 급변하는 오늘날의 사회현실은 우리 교회에도 큰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신앙의 열기와 선교열의가 식어가고 있고, 냉담자들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으며,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교회 외적으로는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와 이기주의 사조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게 되었으며, 자본주의의 심화로 인한 사회 양극화는 새로운 소외계층을 급속도로 양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정직과 성실이 사라지고, 거짓되고 천박한 풍조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도전에 직면하여 우리 교회는 복음화의 전략을 새롭게 찾고, 거기에 맞는 체질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교구는 지난 4월 8일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이한 본 날에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막하였던 것입니다. ‘새 시대 새 복음화’를 지표로 삼고, ‘새 시대의 복음화를 위한 전망과, 성숙한 교회 공동체 실현’이라는 의제를 가지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우리 교구가 어떻게 쇄신하고 변화하고 준비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존재 목적과 존재 의미는 복음을 전하느냐 전하지 않느냐에 달렸습니다. 자기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이끌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방부제 같은 역할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어두운 이 세상을 비추고 세상에 맛을 내는, 즉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실현하는 교회를 우리 다 함께 구현하여야 할 것입니다. 갖가지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과, 특히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우리 청소년들에게 기쁨과 희망의 표징으로 다가가는 교회의 모습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말씀(루카 10, 25-37)에서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10, 37)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우리도 서로 조건 없이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주님의 명이십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이 말씀이 이번 교구 100주년 경축대회의 주제 성구입니다. 오늘 교구 100주년을 기념하고 다시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하고자 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참으로 사랑하며 살기로 다짐합시다.
다시 한 번 교구민 여러분 모두가 지난 100년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미래의 100년을 향한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빕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성녀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