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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교구 100주년 경축대회를 되돌아보며


하성호(사도요한)|신부, 교구 사무처장

“한국 청소년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주요 35개국 중 꼴찌라는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이 학생들의 인성을 망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하순 경에 어느 신문에 게재된 기사의 일부분이다.

경쟁지향주의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시대사조이다. 중소기업들이 배를 곯아가며 겨우 개발한 상품을 하루 아침에 집어삼키고, 동네 구멍가게까지 대형 흡입 빨대기로 빨아 삼키는 대기업들의 횡포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인식되어 버린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는 사회는 어떻게 될까?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래서 또다시 교구 100주년 기념 경축대회의 의의를 되새겨보며,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해본다. 100주년을 준비하고 경축대회를 치르면서 앞으로 우리 교구, 우리 자신이 어떤 삶의 방향을 지향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다. 이제부터 그 총론을 구현할 각론들을 실현시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우선 ‘천주교는 정말 다릅니다.’라는 칭찬의 인사부터 생각해본다. 지난 5월 15일  대구 시민운동장에 3만 명의 신자들이 모인다니까 시민운동장 측 직원들은 잔디구장을 망치거나 트랙을 손상시키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많이 하였다. 하지만 신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 직원들은 ‘천주교는 정말 다릅니다.’하며 칭찬을 하였다. 행사가 끝나고 뒷정리가 깨끗이 이루어진 상태를 보고선 더욱 그랬을 것이다.

우리 교우들은 그 정신을 어디에서 배웠을까?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라는 성체성사에서 배웠다는 확신이 든다. 성체성사는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이며, 또한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여라.”(요한 13,15)이다. 모든 것을 독점하고 독식하려는 세상을 구하는 정신은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밖에 없다.

지난 5월 7일과 8일에 열린 ‘생명사랑나눔’ 대축제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해마다 이런 축제를 가지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냥 지나가는 인사치레의 말이 아니었다. 힘든 이웃을 돕는 일에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요즘 한국 개신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 대형교회들이 중소교회들을 흡수하는 과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흡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나눔의 신비를 등한시하고, 독점과 독식을 우선시 하는 모습을 과연 그리스도교답다 할 수가 있을까? 성체성사(성찬례)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다.”(교회헌장 11항)라고 한 공의회의 말씀을 개신교회 목회자들도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구 100주년을 지내는 우리 교구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성체성사 신비의 생활화를 사목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거행하기 위해 모인 ‘모임’이 바로 ‘교회’이기 때문에, 교회의 정체성 확립은 성체성사 중심으로 이루어짐을 모든 교구민들이 깨달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세례를 받은 많은 신자들이 성찬례(성체성사) 거행에 참여하지를 않는다. 우선 이들에게 새롭게 그리고 거듭거듭 성체성사를 가르치고 그 신비를 삶으로 실천하도록 인도하는 것이 100주년 후속 조치 중에 제일 중요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