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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들 - 덕수성당 제대회 임정희(안젤라) 씨
그녀, 가슴으로 꽃을 꽂다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임정희 안젤라 씨는 오늘도 제대 앞에서 꽃을 꽂느라 손동작이 분주하다. 매주일 제대 앞에 새롭게 선보이는 꽃은 제대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경건하게 만들어준다.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매주 토요일을 하느님께 드리는 시간으로 정해두고 어김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덕수성당(주임 : 이성진 요아킴 신부)의 제대꽃꽂이 봉사를 해온 임정희(안젤라) 씨. 덕수성당 제대회 창단 회원으로, 그녀는 긴 세월동안 한 번도 토요일을 거르지 않고 제대 앞에 꽃을 꽂아왔다. 주일미사를 지키듯 임정희 씨에게 토요일은 또 하나의 주일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건강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임정희 씨는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이었기에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꽃이 좋아 꽃과 함께 보낸 세월이 어느새 30년 가까이 되었다.”는 임정희 씨는 “좋아하는 일을 그저 오래 했을 뿐이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시간을 하느님께 오롯이 내어드릴 수 있었기에 은총의 시간이었고 감사의 시간이었다.”며 “딱히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데….”라며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워 했다.

포항에 꽃 도매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탓에 성월과 주일전례에 맞는 색깔의 꽃과 소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임정희 씨는 “초창기에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그 주간의 전례에 어울릴 만한 꽃을 구해 와서 장식을 한 적도 많았다.”며 “성당 인근의 산야를 다니며 망개, 설유화, 나무딸기, 버들강아지, 찔레 등의 꽃과 소재들로 제대를 꾸미곤 했었다.”고 옛일을 회고했다.

꽃을 꽂기 전에는 자연스레 기도를 먼저 하게 된다는 임정희 씨는 “손재주로 꽃을 꽂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꽃을 꽂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한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저마다 각기 다른 표정이 있기 때문에 그 표정을 하나하나 읽은 뒤에 그 꽃들의 특성과 조화를 전례 안에서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도록 기도 안에서 꽃을 꽂는다는 것이다. “수십 년 꽃을 꽂아 오면서도 늘 새로운 마음으로 꽃을 대하고 꽂으려고 노력을 한다.”는 임정희 씨는 “대축일이나 특별한 날에는 대구에 가서 꽃을 사오고 있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인근 꽃가게에 필요한 꽃들을 미리 주문해두곤 한다.”고 했다.” 꽃집에 들를 때마다 꽃집 사람들이 신자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임정희 씨는 마침내 직원 한 명을 입교시켰다.

곁에서 임정희 씨의 모습을 지켜본 본당의 이 마리글라렛 수녀는 “안젤라 씨의 생활이 바쁜 데도 매주 꽃을 꽂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늘 감사하고 또 군더더기 없이 전례에 맞게 꽃을 꽂으니 기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칭찬했다. 꽃을 사다 꽂는 것도 중요하지만 꽃을 꽂고 난 뒤 한 주간이 지나서 꽃을 치우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닌데, 서로서로 잘 도와주는 협조자들의 모습도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요즘 임정희 씨는 매주 금요일 본당에서 후배양성을 위해 꽃꽂이 수업을 하고 있다. 생활꽃꽂이와 제대꽃꽂이를 접목해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수강생 중에는 그녀의 대녀 김연자(아셀라) 씨도 있다. 김연자 씨는 “이제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열심히 가르쳐주시고 또 제대에 꽃을 꽂을 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꽂아야 하는지, 섬세하고도 정확하게 잘 가르쳐 주신다.”고 했다.

한국꽃꽂이협회 회원으로 지회장 과정 등 최고과정까지 모두 마친 임정희 씨는 본당뿐만 아니라 여중학교 꽃꽂이 강사 등 외부의 강사로도 활동을 했을 만큼 사회활동도 적극적이었다. 그녀는 “동양꽃꽂이는 인내와 열정을 필요로 하는데, 저 역시 꽃을 꽂다 보니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서울까지 가서 과정을 밟았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순간순간 저에게 주어진 주님의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실력까지 쌓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라고 고백했다.

신자들이 제대꽃꽂이를 보고 감동받은 이야기를 전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는 임정희 씨는 “저 혼자 이 기쁨을 차지하는 게 아닌가 싶어 죄송한 마음이 큰데, 앞으로도 후배양성과 더불어 힘닿는 데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덕수성당 새 성전봉헌식과 함께 아름다운 새 성전의 제대 앞에 꽃을 꽂을 수 있게 되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는 임정희 안젤라 씨. 지방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자연의 소재를 응용하여 꽃을 꽂는가 하면, 발 벗고 나서서 전례에 합당한 색의 꽃을 구해 꽂음으로써 그 주간의 전례를 더욱 돋보이도록 애쓰는 임정희 안젤라 씨의 나눔과 봉사의 삶에 하느님의 사랑이 늘 함께 하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