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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건강 비법
김치와 청국장 그리고 포도주


황성연(프란치스코)한의사, 대구 한의원 원장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이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제는 현대의 식생활에도 뭔가 변화의 계기가 온 것 같다. 항시 앞만 보고 빠르게 빠르게를 외쳐온 현대의 생활 패턴에도 느림과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최근 들어 물질적 가치나 명예를 얻기 위해 달려가는 삶보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삶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부류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들은 명상센터에서 명상과 요가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헬스클럽에서 혹은 스파로 몸을 가꾸고 여가를 즐긴다. 이들은 패스트푸드보다 유기농 채소와 곡물로 주식을 삼는다. 이들을 일컬어 웰빙(well being)족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삶의 양태에서 현대인들의 가치관 변화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이제 우리 식문화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지지고 볶아 급조된 음식이 아니라 숙성과 발효로 만들어진 음식으로 식사도 맛나게 하고 건강도 지키는 그런 식문화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럼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표적인 숙성음식인 김치부터 알아보자.

 

1. 김치

김치는 이제 단순한 우리 나라 숙성음식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맛과 효능이 알려져 대체약물이라 불릴 만큼 우수한 음식이다. 특히 김치의 구성이 피를 맑게 해주는데 이상적이다. 식이성 섬유와 소금 그리고 젓갈에 있는 단백질과 유산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소금과 단백질은 혈액을 구성하는데 직접 작용을 하고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장을 깨끗이 하고 피를 맑게 해주는 데는 약의 효능보다 우수하다. 따라서 면역력 증강이나 중풍예방, 성인병예방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중국에서 사스(SARS)예방에 김치가 효과적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그리고 고추에는 캡사이신과 다양한 비타민이 함유되어 김치와 젓갈의 산패 예방은 물론 맛과 영양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김치의 7가지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1) 채소에 함유된 칼슘, 구리, 인, 철분, 소금에서 염분과 무기질을 함유함으로써 체액을 알칼리성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동물성 젓갈에서 단백질과 칼슘을 공급 받는다.

3) 쌀밥만 먹을 때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 B1(thiamin)의 흡수에 도움이 된다.

4) 풍부한 섬유소로 변비를 예방하고 장염 등을 예방한다.

5) 다 익은 김치는 유기산, 알코올, 에스텔을 생산하여 유산균 발효식품으로 식욕에 도움을 준다.

6) 김치가 익어가면서 번식된 유산균은 창자의 다른 유해균을 억제하여 이상 발효를 막는다.

7) 각종 비타민을 공급하는데 특히 비타민 C가 많고 갓, 무청, 파 같은 녹황색채소를 넣으면 비타민 A가 많아진다.

 

2. 청국장

청국장은 가을에 나온 대두(햇콩)를 따뜻한 온돌방에서 숙성시킨 대표적인 겨울 음식으로 지역에 따라 퉁퉁장(충청도), 담뿍장(경상도), 떼장(평안도), 썩장(함경도)이라 불려온 음식이다. 호서대학교 김한복 교수는 청국장을 두고 ‘좋은 성분이 한데 모인 보신 백화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우수한 성분을 가진 음식이라는 뜻이다.

 

낫토균(바실루스 균주)에 의해 발효시키는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가 용이하게 되고 이 아미노산이 더 분해되면 바로 청국장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나온다. 이 암모니아 냄새로 인해 잡균의 증식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이 발효 중에서 새로운 물질들이 생성되는데, 혈전 용해제인 낫토키나아제와 실처럼 끈적한 점질 물질이 그것이다. 특히 낫토키나아제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때 병원에서 쓰는 유로키나아제와 같은 작용을 하며 지속효과는 더 우수하다고 한다.

 

청국장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1)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혈전을 녹여준다.

2) 동맥경화의 예방과 개선에 효과가 있다.

3) 지질과 당질의 대사를 돕는다.

4)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5) 장이 건강해져서 변비와 설사가 예방된다.

6) 항암 작용도 있다.

 

3. 포도주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란 표현이 있다. 프랑스인들은 동물성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또 담배도 많이 피우는데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비슷한 생활습성을 가진 나라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미국인들의 1/3정도)고 한다. 그 이유가 바로 포도주에 있다고 해서 원래의 뜻과 다르게 요즘에는 그렇게 표현한다. 포도주는 충분한 일조량 아래서 성숙한 포도의 과육과 씨와 껍질을 발효시켜 만든다. 고대에서 19세기 중반까지 포도주는 의약품으로, 즉 외상치료제, 안정제, 수면제 등으로 쓰여 왔는데, 히포크라테스도 포도주에 물과 향료를 섞어 사용했다고 한다. 줄리어스 시저 역시 전투 중에 자신의 군사들에게 매일 1리터의 와인을 마시게 하여 당시 유행했던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등을 예방했다고 한다.

 

* 포도주의 효능

1) 노화방지 효과 : 폴리페놀이란 항산화물질이 유해산소를 억제해준다.

2) 동맥경화·심장병 예방 :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3) 성인병 예방효과 : 와인에는 무기물질이 많은데, 특히 칼슘과 칼륨은 알칼리성 체질로 바꿔주는 작용이 있다.

4) 치매 예방효과 : 하루 3-4잔의 와인을 꾸준히 마시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발병 위험이 75%나 낮다는 보고가 있다.

5) 소화에 도움을 준다 : 식욕을 증진시키고 육류의 단백질을 잘 소화되게 한다.

6) 하루 한두 잔의 와인으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한다고 한다.

 

의식동원(醫食同原)이란 말이 있다. 바로 “음식과 의약은 그 뿌리가 같다.”라는 의미로 음식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 중에 이렇듯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제철에 먹는 야채나 과일에선 더더욱 그런 효능이 많다. 아직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다 밝혀지진 않았지만….

식사기도 때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