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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부의 먼 곳에서 만나는 예수님
증언5
- 볼리비아의 교육 현실


마진우(요셉)|대구대교구 신부, 볼리비아 선교 사목

찬미예수님! 이번 달에는 볼리비아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한 현직 교사의 증언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1960년대의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를 연상시키는 이곳의 교육 현실을 함께 들으면서 공감하고 나누어 보았으면 합니다.

 

<볼리비아의 교육은 정부와 교육부처 및 문화부처에 의해 거의 내버려져 있다시피 한 상황이다. 공식 교육기관 및 학교기관은 학생들을 위한 적합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독서실, 놀이터, 실험실과 같은 공간이 전무하고 결국 학생들이 교육의 다양한 영역들을 계발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 볼리비아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교내에 도서실을 두고 있지 않으며 공공 도서실은 오전 9-12시, 오후 3-6시까지만 문을 열 뿐이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변두리 학생들이 도서실을 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산타크루즈 주의 도서실은 시내의 1순환도로 내 혹은 2순환도로 내에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두세 대의 버스로 갈아타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역자주 : 산타크루즈는 시내로부터 여러개의 동심원으로 이루어진 순환도로로 구성되어 있다. 동심원의 내부로 갈수록 부유층이 살고 동심원의 바깥쪽으로 나아갈수록 생활 수준이 현저히 낮아진다. 반으로 갈라놓은 양파를 연상하면 된다. 참고로 내가 일하는 곳은 7순환도로의 바깥에 위치해 있다. 버스 한 대를 타는 데에 1볼리비아노, 우리나라 돈으로 150원 정도가 든다. 결국 한국돈으로 300원, 450원이 없어 책을 빌리러 시내에 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직 시내 근처에 사는 소수의 학생들만이 공공 도서실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집과 가정에서 숙제를 위한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도리어 많은 학생들이 교육 기자재(책과 학용품) 마련을 위해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며 이러한 현실은 결국 일 때문에 수업을 빠지는 결과를 낳는다. 학생들은 과로로 지쳐 수업에 들어오고 적지 않은 학생들이 동생들을 돌보며 부모의 역할마저 짊어지고 있기에 점점 학업에 관심을 잃게 된다.

일을 하면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하며 학교 수업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볼리비아의 가난은 극심하고 정부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최근 교육부의 행정 당국자들은 교육의 새 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는 법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정의 경제여건, 즉 가난에 놓여 있다. 실례로 부모들은 정부가 권하는 책을 사줄 수 없다. 책들이 무척이나 비싸기 때문이다. 책이 없는데 적지 않은 가난한 가정들의 그 수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일찍 문을 닫아버리는 공공 도서실에 어떻게 다닐 수 있겠는가? 컴퓨터를 배울 책이 그렇게 비싼데 어떻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모를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엄청난 노력과 가정의 도움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일하는 학교에 다니는 한 가정의 경우를 들자면, 8명의 형제들 중에 6명이 부모님을 도와 일하기 위해 학교를 중퇴하였다. 결국 남은 2명이 부모와 형제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2명이 전문과정을 마치는 것은 다름아닌 모든 가족의 희망인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과거 힘겨웠던 시절 자녀 교육을 최우선으로 해서 희망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으로 압니다. 등잔불 켜 놓고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책을 보다 눈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는 이젠 고전이지요. 저는 부모님께서 힘겹게 마련하신 부유한 삶의 수혜자인지라 그저 들은 이야기로만 과거를 짐작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 곳 볼리비아에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가끔씩 이곳의 가정에 방문을 해 보면 안타깝기가 그지 없습니다. 공부방은 커녕 온 가족이 바글바글 모여 자는 방에서 한 켠에는 텔레비전을 큰 소리로 틀어놓고 나머지 아이들은 학교 숙제를 합니다. 숙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 분위기이기만 하면 다행입니다. 늘상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가 있거나 집안 형편이 극심히 어렵기라도 한 경우에는 공부는 아예 생각을 접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곳의 현실 앞에서 제가 지금 이렇게 사제가 되어 남미 볼리비아에까지 와서 선교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제 노력 이상의 것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생각을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내 가족, 내 일가, 내 지역, 내 나라에만 국한될 시기가 지났습니다. 내 가난한 형제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여러분의 온정의 손길을 온 세계로 펼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