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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 다문화이야기 - 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
꿈과 희망이 가득한 지역문화 사랑방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The Saint Patrick Sharing and Mission House)가 지난 2009년 8월 23일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Osvaldo Padilla) 대주교 주례의 축복식으로 문을 열었다. 포항지역 소외계층,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주여성 그리고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지역사회 정착을 유도함으로써 복음화 구현에 이바지하고자 마련된 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센터장 : 김정렬 베드로 신부)는 대지 120㎡의 2층 건물로 1층은 교육기관 응접실, 사무실, 2층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쉼터(방 3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항 죽도성당 뒤에 위치하고 있다.

센터 실무자인 최미자(베네딕다) 사회복지사는 “불과 10여 년 사이에 결혼이주여성이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포항지역에만 1,3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면서 “영어교실, 한글교실, 꽃꽂이교실, 전통문화교실, 요리교실, 지역문화 탐방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또한 매월 셋째 주일 오후 5시에는 이동성당에서, 매월 마지막 주일 오후 3시에는 죽도성당에서 박용욱(미카엘, 이동성당 주임) 신부의 주례로 영어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7~8년 전 기계성당 지역의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면서 ‘다문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최미자 사회복지사는 “언어뿐만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 고부간의 갈등 등 다양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과 인연을 맺으며 뒤늦게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현재 사회복지사로서 그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더불어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최미자 사회복지사는 “결혼생활에 있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설명해주고, 가정 폭력 등은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준다.”고 설명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체불,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 보상 등 법적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법원까지 따라다니기도 하고, 불법 체류자의 처지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엄청난 치료비가 청구된 경우에는 가톨릭 의사회와 포항 성모병원 사회복지사업실 수녀님께서 여러 번 도와주셨다.”고 하였다.

전국적으로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포항 지역에도 그들을 위한 다문화센터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넉넉한 지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많은 혜택을 주는 곳에 관심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정 속에 운영되는 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에는 예전에 비해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실무를 맡고 있는 최미자 사회복지사는 왠지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속상하고 많이 힘들었단다. 그때 센터장 김정렬 신부가 “많은 이들이 ‘다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 신자, 비신자,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지역문화 사랑방으로 거듭나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반응은 훨씬 긍정적이었다. 최미자 사회복지사는 “결혼이주여성과 일반인들이 함께 하면서 수업은 물론 한국어 향상과 한국문화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취재 당일에도 강의실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회화 수업이 한창이었다. 필리핀 이주여성의 강의에 따라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는 학생들은 이미 수준급의 회화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강의를 들을수 있어 참 좋다.”고 했으며, 필리핀 이주여성은 “영어를 가르치는 대신 시어머니와의 관계나 결혼생활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인생의 선배인 학생들로부터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하였다. 또한 4대리구 바자회나 죽도성당 바자회 등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하여 다문화가족들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가 개소한 지 2년 남짓한 지금, 최미자 사회복지사는 “누구든지, 언제든지, 쉽게,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안정된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센터장 김정렬 신부를 대신하여 취재에 응하는 것을 무척 부담스러워 하던 최미자 사회복지사는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이렇게 말했다. “‘다문화’라는 이름만으로 무조건 감싸기보다는 그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과 함께 따끔한 충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가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근로자, 지역 소외계층 및 우리 이웃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지역문화 사랑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