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감각의 과잉 시대를 살고 있다.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는 수많은 대중매체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이런 것들을 즐기는 것에 마음과 정신을 빼앗길 때 우리는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들어야 하는 것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신앙인으로서 진정 본다는 것(듣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의미를 찾는 영화 〈블랙〉을 소개한다.
태어날 때부터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장애를 가진 미셸은 사하이를 가정교사로 만나게 된다. 사하이는 미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애쓰고, 그의 노력으로 미셸은 손끝으로 사물을 구분하고 수화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결국 원하던 일반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사하이는 미셸의 대학 생활을 돕기 위해 그녀와 함께 생활하지만, 미셸의 반복되는 낙제로 지쳐가다가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미셸조차 알아 볼 수 없게 되자 조용히 그녀를 떠난다. 그리고 12년 후 기적처럼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사하이가 돌아오고 미셸은 사하이가 했던 것처럼 그의 기억을 일깨운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미셸에게 세상은 적막한 블랙(어둠)과 같은 것이었다. 본능적인 행동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자신 안에 갇혀서 살 수밖에 없었다. 사하이 선생은 이런 미셸을 정신 지체가 아닌 단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그래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로 믿고, 끊임없이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사하이 선생을 통해 새로운 빛을 발견한 미셸에게 그녀의 장애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포기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게 되고 졸업생들 앞에서 자신있게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그녀의 모습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빛으로 우리에게 오셨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세상의 어둠속에 살지 않고 그분의 빛 안에 머무르면서 그 생명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이 생명의 빛을 잃어버리고 어둠 속을 헤맬 때가 많다. 여기에 지금 내가 빛이 아닌 어둠 속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예수님께서는 어둠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당신 빛으로 초대하신다. 우리가 그 초대에 응답하며 빛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회개와 구원의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터닝포인트
- 미셸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는 장면(46:24~54:08)
사하이 선생은 20일 안에 미셸에게 단어와 뜻을 인지하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약속한 날이 되고 실패를 인정하고 떠나려는 순간 그는 마지막으로 미셸의 버릇을 고치고자 그녀를 분수대에 빠뜨리고 절망한다. 그 순간 미셸은 물이 무엇인지 알아듣게 되고, 물을 수화로 표현한다. 그리고 말문이 트이면서 엄마, 아빠, 선생님을 표현하게 된다. 영원히 어둠속에 갇혀 지낼 것만 같았던 미셸이 드디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미셸이 분수대에 빠져 잠시 물속에 있다가 스스로 일어나서 떨어지는 물줄기에 손을 갖다 대면서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알아듣는 것은 세례를 통해서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난 이들이 주님의 빛 안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며(보고, 듣고) 살고 있는가?
- 외적인 감각이 아니라 영적 시각으로 나의 삶, 가족, 이웃, 사회를 바라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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