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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대구지하철 참사 1주년 추모 이모저모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이은영(데레사) 본지기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었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 불의의 사고로 192명의 소중한 생명이 한 줌의 재가 되었던 그 날로부터 1년이 된 지난 2월에는 많은 추모 행사들이 잇따라 마련되었다.

특히 천주교 대구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지도신부 : 류승기 바오로, 회장 : 이용기 요한비안네)와 대구 문화방송이 주최하는 추모제가 2월 16일 대구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하늘나라에서 안식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추모제에는 대구 가톨릭음악인협회, 문인회, 미술인 소속 회원들과 뿌에리깐또레스(노래하는 어린이들) 등이  출연하였다. 이태수 시인의 ‘다시 2월의 기도’라는 시 낭송을 시작으로 성악과 첼로 앙상블, 대금 독주 등이 연주되었고 무용과 이명희 명창의 판소리 ‘육자배기’ 공연도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뿌에리 깐또레스의 ‘위령 미사곡’이 시민회관 대강당에 울려퍼지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이 추모제를 마련한 대구 평신도 사도직 단체 협의회 이용기 회장은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화재 참사 1주년을 맞아 교회 평신도들이 먼저 앞장서 슬픔이 있는 곳에 함께 하고 싶어 추모제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월 17일, 반야월성당(주임신부 : 맹봉술 사도요한)에서는 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들과 신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미사가 봉헌되었다. 이 날 제대 앞에 마련된 영정대에는 희생자 14명의 영정사진이 놓여졌고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처로 마르지 않는 눈물을 훔쳐내야만 했다. 미사 시작 전에는 사제단과 유가족들의 헌화와 분향이 이루어졌는데, 유가족들이 사진을 어루만지며 끝내 울음을 터뜨려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평화의 인사 때 유가족 한 분 한 분의 손을 잡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던 맹봉술 신부는 강론에서 “아직도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통의 늪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굳건히 일어나 삶을 가다듬고 성실히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이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삶을 살 때 먼저 떠난 희생자들에게 우리는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도 전했다.

 

지하철 사고로 사랑하는 딸(이미영 릿다)을 잃은 신동성당 박남희 요셉피나 씨는 사고 후 각종 피아노 연주회 소식 등을 접할 때면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미영이가 살아 있었다면 연주회에 가고 싶어할테고 또 갔을텐데.”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아려온다. 박남희 씨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딸의 죽음으로 인하여 이 사회가 얼마나 개인 중심적이며 정이 메마른 사회인가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 누군가가 불 지른 그 사람을 저지하고 불을 꺼주었더라면, 기관사가 혼자 떠나지만 않았더라도….”라는 생각을 할 때면 안타까움만 더한다고. “속으로는 많이 울지만 겉으로는 꿋꿋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신자답게 내가 겪은 아픔을 봉사와 희생으로 치유해야겠지요.”라며 남편은 본당 가정위원회 위원장으로 박남희 씨는 주일학교 교감으로 신앙생활에 헌신하고 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지하철 화재 참사 꼭 1년만인 2월 18일 9시 53분, 대구시내에 추모사이렌이 울렸다. 길을 가던 시민도, 추모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지하철 중앙로역 일대에 모였던 많은 이들도 안타깝게 숨져 간 192명의 고인을 위해 묵념을 했다. 2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범시민 추모식에서는 6개 종단 대표들의 종교 의례도 마련되었는데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도 분향을 하며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추모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내려간 중앙로역에서는 끔찍했던 사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중앙로역에만 설치되었을법한 야광타일과 수막 차단벽을 비롯하여 지하 3층까지의 안내도 등 안전시설의 보완도 눈에 띄었다. 사고 직후  뜨거운 화염의 흔적이 남아 있던 그 곳에서 매캐한 냄새와 시꺼먼 그을음 그리고 벽에 찍혀 있던 손자국들을 보면서 아픔과 상처 그리고 반성으로 눈물 흘렸던 우리들. 어쩌면 추모제는 하늘나라에서 안식을 누리고 있을 희생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살고 싶어하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임을 기억하며, 희생자들이 남긴 메시지이자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보여주셨던 ‘사랑’의 실천만이 좀더 건강하고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하겠다.

 

2.18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주년을 되돌아보며 희생자들의 영혼과 유가족 그리고 부상자들에게 필요한 은혜가 내리도록 두손 모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