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누들(Noodle, 2007)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 25)

예수님께서는 가장 큰 계명이며 율법의 완성으로 사랑의 이중 계명(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가르쳐 주신다. 그리고 “누가 이웃인가?”라는 율법학자의 질문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서 이웃이 누구인가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신다. 이 시대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어떻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누들〉을 소개한다.

비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스튜어디스 미리는 갑자기 한 시간만 아이를 맡아달라는 중국인 가정부의 부탁을 들어주는데, 집을 나간 가정부는 돌아오지 않고 가정부의 아이는 엄마를 계속 기다린다. 미리는 중국인 아이(누들 : 국수의 종류인 누들을 감쪽같이 해치워 생긴 애칭)를 데리고 누들의 엄마를 찾지만 그녀는 이미 강제 출국된 상태였고, 누들은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아 엄마가 있는 중국으로 보낼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엄마를 보고 싶어하며 눈물을 흘리는 누들을 위해 미리는 누들을 몰래 비행기에 태워 중국으로 데리고 가고, 낯선 북경에서 누들과 누들의 엄마는 다시 만나게 된다.
미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누들이 그저 귀찮은 존재였다면 이민국이나 경찰서에 연락해서 그를 넘겨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리는 말도 통하지 않는 누들을 어떻게든 도우려고 한다. 누들의 엄마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위험한 지역에 있는 누들이 살았던 집도 찾아간다. 이민국에서 누들의 엄마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한다.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 미리는 스튜어디스로서 위험할 수도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까지 한다.

미리가 누들을 돕는 것은 그녀의 성격(형부인 이지와 친언니 길라의 갈등을 어떻게든 도우려는 행동)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워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들이 엄마를 만나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 누들의 행복을 기뻐하고 그 기쁨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예수님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은 이웃사랑의 실천이란 혈연, 민족, 종교, 언어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이웃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의 아이인 누들을 돕는 미리도 이러한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했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터닝포인트
- 누들의 엄마를 찾기 위해 중국식당을 찾아간 장면(44:03~54:08)

누들의 엄마가 남긴 화장실의 메모를 가지고 중국식당을 찾아가 그 메모가 북경의 한 식당(두 배의 행복)의 주소임을 알게 되어 지인들을 통해 연락을 시도한다. 그동안 미리와 친언니인 길라, 그리고 누들은 중국음식인 국수를 먹게 되는데, 이때 누들이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누들은 엄마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미리는 누들의 눈물을 통해서 어떻게든 누들을 엄마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결심하게 된다.
“두 배의 행복”이라는 식당 이름과 젓가락 사용법은 무의미하게 등장하는 것 같지만, 영화 말미에 누들이 엄마를 만나게 되어 모든 이들이 함께 중국식당에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잘 모르는 사람(낯선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 적이 있는가?
- 새로운 이웃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