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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성지를 찾아서 ⑪ - 성직자 묘지
성직자들의 영원한 안식처, 성직자 묘지


취재|김선자(수산나) 기자



11월, 위령 성월이 아니어도 대구대교구청 내 성직자 묘지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살아생전 안면이 있든 없든 이곳에 묻힌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진다.

성직자 묘지 입구 기둥에 적혀 있는 라틴어 ‘HODIE MIHI’와 ‘CRAS TIBI’는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집회서 38장 22절의 “그의 운명을 돌이켜 보며 네 운명도 같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어제는 그의 차례요 오늘은 네 차례다.”에서 인용한 것으로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하느님 앞에 나서야 하는 마지막 순간을 상기시켜 준다.

성직자 묘지는 프랑스인 선교사들 뿐만 아니라 수도자들을 위한 안식처로 초대 교구장 드망즈(한국명 : 안세화, 플로리아노) 주교에 의해 조성되기 시작하여 1915년 4월 8일 묘지 인가를 받았다. 그후 8월 17일 묘지 부지를 결정하고 8월 20일 경찰의 묘지 조사가 시작되었으며 9월 4일 묘지 허가 증명서를 받아 낯선 이국 땅에서 일생을 바쳐 교회를 위해 헌신한 선교사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마련되었다. 이곳에 묻혀 있던 두 명의 수도자가 이장된 이후 성직자 묘지는 대구대교구에 부임하여 사목하다 선종한 성직자들도 묻히게 되었다.

묘지 입구 양옆에는 예수 부활 모습과 성령 강림 모습이 동판으로 조각되어 죽은 이들이 예수님 안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부활하리라는 신앙을 드러내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묘지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돌로 된 제대와 큰 십자가가 서 있다. 그 십자가 아래에는 마태오 복음서 24장 30절의 “그때 하늘에 사람의 아들의 표징이 나타날 것”이라는 라틴어 ‘TUNC PAREBIT SIGNUM FILII HOMINIS IN COELO’가 적혀있다. 바로 공심판의 순간을 나타낸 구절로 주님을 믿으며 선종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불멸의 희망을 나타낸다. 또한 묘비에는 ‘여기 누워 있다.’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 ‘ICI REPOSE’, 라틴어 ‘HIC JACET’가 적혀있고 그 아래 부분에는 “평화 가운데 쉬시기를 빕니다.”라는 뜻의 약자 ‘R.I.P(Requiascat In Pace)’가 새겨져 있다.



성직자 묘지에는 대구교구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를 비롯하여 제르맹 무세(한국명 : 문제만) 주교, 하야사카 구베에(이레네오) 주교, 주재용(바오로) 신부, 최덕홍(요한) 주교, 서정길(요한) 대주교, 서정덕(알렉산델) 주교, 최영수(요한) 대주교 등 선종한 역대 교구장들과 주교들이 대형 십자가의 좌우편에 묻혀 있다. 또한 대구 본당 첫 주임이었던 로베르(한국명 : 김보록) 신부, 이명우(야고보), 이기수(야고보), 전석재(이냐시오), 김경환(토마스), 박창수(요한), 김경식(보나파시오) 몬시뇰을 비롯하여 이임춘(펠릭스), 박도식(도미니코), 김동한(가롤로), 서인석(바오로), 강찬형(파스칼), 이윤걸(토마스) 신부 등 71명의 성직자들이 잠들어 있고 2명의 차부제가 묻혀 있다.

11월, 주님 안에 잠든 이들을 기억하는 위령 성월을 맞이하여 세상을 떠난 부모, 형제, 친지 그리고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분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