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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부의 먼 곳에서 만나는 예수님
증언
- 내 가장 좋은 친구


마진우(요셉)|대구대교구 신부, 볼리비아 선교 사목


<우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우리 우정의 끈을 굳게 매듭짓기 시작했다.(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학제로 개명하여 적었습니다. 이곳에서는 8학년까지의 저학년과 4학년의 고학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역자주) 개신교 신자였던 그와 가톨릭 신자였던 나는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갔다. 부모님이 심하게 싸운 뒤면 난 언제나 겁에 질려 있었고 무척이나 슬펐다. 더군다나 엄마가 집을 떠나버린 후 난 어린 동생들의 누나이자 엄마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아빠는 종종 멀리 여행을 가버리곤 했다.

어느 날 아침 학교에서 겪고 있던 문제로 울고 있는 내게 그가 다가와서 “모든 건 지나갈 거야.”라고 이야기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할까말까 망설였지만 곧 그의 말들과 그 속에 배어있는 상냥함이 나에게 신뢰를 주었기에 결국 그에게 털어놓았다. 내 고민을 들은 그는 애정을 듬뿍 담아서 “‘폭풍 속의 평화’라는 노래 알아?”라고 물었다. 나는 “몰라.”하고 대답했다. 그는 말했다. “좋아, 내일 너에게 가르쳐 줄게. 그런데 조건이 있어. 그만 울기, 그리고 나에게 미소지어주기….”


다음날 그는 나에게 가사가 적힌 종이 한 장을 주었다. 그에게 물었다. “음…이거 뭐야?” 그가 대답하길, “그 노래야, 하하하~” 그리고는 기타를 꺼내들고는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뒷쪽에 첨부된 노래를 참조하세요. - 역자주) 나의 아픔을 덜어주려는 그의 관심 덕분에 난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에게 고맙다고 하며 그 노래를 배웠다.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 친구와의 애정관계에 대해 털어놓았고 난 무척이나 행복했다. 졸업 후에도 언제나 서로에게 연락하기로 약속을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찾아가서 고민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는 많은 고통을 겪었다. 내 친구였던 애인과 헤어지게 되었고, 엄마로부터 지금의 아버지가 자신의 생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생부를 찾아갔지만 그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기에 더욱 상처를 받았다. 후에 그는 경찰이 되고자 공부를 시작했다. 참으로 놀랄 일이었다. 왜냐하면 늘 그 직업을 비난해왔던 그였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는 경찰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나에게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고 이야기를 했고 난 기꺼이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가 선택한 사람은 그에게 합당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녀에겐 이미 두 명의 자녀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려했던 대로 그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그녀가 그를 속였기에, 그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며, 심하게 취하곤 했다. 이런 삶을 유지하는 그를 바라보는 것이 나는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 난 언제나 그런 그를 책망했고 그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대답했었다. 후에 그는 아내가 자신의 상사(경찰간부)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했을 때에 난 이제 그녀를 놓아 주라고 했고, 그도 그러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주 후에 내가 대학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거리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의 아내가 “남편이 총으로 자살했어요! 총을 쐈다구요!”라고 말하며 비명을 질렀다. 난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침대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이야기를 하려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그는 나를 바라보며 내 손을 무척 세게 붙잡았다. 맥을 짚으니 여전히 뛰고 있었기에 그에게 말을 건네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울면서 그를 끌어안았다.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엄마와 형제들이 와서 나를 끌어안아 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다른 이웃이 경찰을 불러와 잠시 조사를 했다. 스스로를 쐈다고 추정되는 그 총을 옷장 위에서 찾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뒤통수를 쏘고는 그렇게 높은 곳에 무기를 올려 두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지만 그의 아내의 정부(경찰간부)가 그 사건 지역의 관할자였기에 결국 자살로 처리되고 말았다.

난 아직도 그가 준 노래가사를 지니고 있다. 우울할 때면 그 노래를 부르며 하느님께 내 친구의 영혼을 잘 부탁한다고 청한다.>

영화 같은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여러분도 이 글을 읽으면서 같은 마음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나누도록 허락해 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여러분도 세상을 떠난 그의 영혼을 함께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그가 그녀에게 불러주었던 노래가사의 번역본입니다.

 

폭풍 속의 평화(Paz en la tormenta)
네가 애썼던 일들 때문에 울 때면,
네가 흘린 눈물들을 잊고자 애쓸 때면,
오직 너에게 아픔과 슬픔만이 있고,
미래와 막연한 기다림만이 남아 있더라도
그 폭풍 속에서도 평화를 지닐 수 있단다.
나 역시도 너처럼 느낄 때가 많거든.
내 마음은 뭔가 손에 잡히는 걸 바라지만,
사실 주님은 나에게 오셔서 계속 걸어가도록 도와주신단다.
평화로이, 폭풍 속에서도 말이야.
그 폭풍 속에서도 평화를 지닐 수 있단다.
네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도 믿음과 희망은 있지.
비록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주님이 네 길을 인도하실 거야.
평화로이, 폭풍 속에서도 말이야.
그럼, 폭풍 속에서도 평화를 지닐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