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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목의 현장에서 - 청년제단체 소개 ③ 떼제기도회
젊은이 떼제기도회


한은주(사라)|소화성당

아직까지도 떼제기도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직접 봉사자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본당에서도 가끔씩 떼제기도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접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잠시 떼제기도모임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떼제기도는 프랑스 ‘떼제’라는 마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갈라진 그리스도인의 화해와 일치,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 가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로서 지금도 프랑스 떼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종교 여부와 관계없이 함께 기도하고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떼제기도를 시작한 것은 3대리구에 떼제모임을 만들면서였습니다. 그게 벌써 6~7년쯤 되었네요. 처음에는 조용한 것이 어색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서툴러서 ‘봉사자만 아니었으면….’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떼제기도의 참 의미와 떼제기도만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알게 되었고, 이제는 제가 먼저 기도하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떼제기도의 매력 중 하나는 ‘침묵’입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소리’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거리를 걸으면 시끄러운 음악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집에 가면 텔레비전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오죽하면 ‘소음공해’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인지 조용한 곳에 가게 되면 어쩐지 어색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친구와 만나도 조용히 있으면 왠지 한 마디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기분이겠지요.

저도 처음엔 그런 조용함이 어색해서 떼제기도가 무척 낯설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함의 매력에 빠져들자, 저에게 그 시간은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루를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나아가 한 주간, 한 달, 일 년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조용함 가운데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잠시도 쉬지 않고 청하던 저의 기도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잠시도 끊이지 않는 소리들에서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시간, 어찌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 다른 매력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바로 떼제노래입니다. 평소 저는 찬양하기를 참 좋아합니다. 대부분이 생활성가이기에 신나게 혹은 조용하게 다 같이 모여 노래하곤 하는데, 노래를 모르면 따라 부르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짧은 시편으로 이루어진 떼제노래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도 한두 번 듣고 나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가 단순합니다. 짧은 구절을 반복해서 노래하다보면 그 가사에 새겨진 의미를 깊게 묵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기도도 하게 됩니다. 더러는 ‘짧은 노래를 반복하다보면 지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떼제노래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구절이라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들리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나누어지는 화음들, 여러 악기들이 함께 할 때의 그 기분은 들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입니다. 실제로 떼제에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악기들을 자유롭게 들고 와서 넣고 싶은 화음을 넣는다고 합니다.

상상해보세요. 몇 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부르는 노래와 악기소리가 화음이 되어 들려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런 모습들을 상상해보면서 봉사자들과 함께 노래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몇 천 명에 비길 수는 없지만 몇 명의 화음만으로도, 몇 대의 악기만으로도 아름답게 들리는 떼제노래로 인해 더 깊은 묵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떼제의 매력 하나를 더 소개하자면, 자유로움이 아닐까 합니다. 떼제기도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기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기도라고 하면 성당 의자에 앉아, 혹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떼제기도는 편안한 자세로 주님께로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최대한 편안한 기분으로 기도할 수 있습니다. 기도 중에 몸이 불편하다면 다리를 펴고 앉을 수도 있고, 노래를 할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습니다. 옆 사람에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간간이 놓여 있는 성화를 바라보며 주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짧은 노래를 반복함으로써 주님을 더 깊이 찬양할 수 있고 또 침묵의 기도로 주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도의 시간.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 시간을 저는 늘 기다립니다. 한 번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을까요? 주님과 대화하면서요.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저녁 8시 삼덕젊은이성당에서 하는 떼제기도회에서 잠시 쉬다가 가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