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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책 한 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김정아(글라디스)|산격성당

청년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단원들 간의 우정을 다지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생활나누기를 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고민들을 나누는 생활나누기에서 단원들의 고민은 거의 비슷하다. 학생 단원들은 공부와 취업준비, 직장인 단원들은 직장생활, 회사 내에서의 인간관계, 그리고 사랑과 결혼에 대한 어려움 등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단원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였다. 제목이 전하는 강력한 힘에 끌리어 단원들에게 추천하여 함께 읽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저자인 공지영이 10대를 지나 청년기에 들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랑에 대해, 우정에 대해, 직업에 대해, 또 삶에 대해 끝없이 밀려드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그동안 읽었던 많은 책을 인용하여 어머니로서의 지혜와 사랑을 가득 담아 답변하고 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그 답을 타인에게서 찾으려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기고 뒤쳐진다고 생각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해준다. 너 자신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너 자신뿐이라고. 타인의 기준을 마치 나의 기준인 것처럼 여겨 자신의 삶을 거기에 맞추려 하고 투영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나아가 나의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주인이 되어 자긍심과 긍지를 가지고 자신을 하느님의 빛 안에서 사랑하고 귀하게 여긴다면 더 이상 상처입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넌 믿고 의지할 주님이 계시는데 왜 항상 우울하다고, 힘들다고 말하니?” 순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나도 답을 몰랐기 때문이다. 늘 주님께 기도하는데 난 항상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두렵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힘들다는 사실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힘들다고 괴롭다고 주님께 기도하며 내가 짊어진 십자가를 주님께서 짊어주시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느님은 내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화해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하시는데 나 자신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사람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배신, 따돌림 등 그러다보니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렵고 또 어려워서 피하다보니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웠다. 게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짐이 장녀인 나에게만 지워진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는데 생활나누기를 해가면서 모두가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고민거리에 대해 책은 또 말해준다. ‘직면하고 인정할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고통을 받아들일 것. 그러면 젊은 시절의 고난이 진정 값어치가 있게 되는 것’이라고…. 고통을 받아들이라는 말이 어쩌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우리 모두에겐 힘을 주는 천사가 있으니 너무 겁내지 말라고 저자는 일러주고 있다.

하느님은 모두에게 하나의 십자가를 주셨는데, 누군가에겐 십자가가 없는 것 같고 또 누군가에겐 십자가가 두 개인 양 불평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이제 그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사랑해보자. 나의 내면을 숭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홀로 설 때 두려움을 없애면, 우리를 응원하는 천사의 소리, 주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나의 십자가’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책 마지막에 저자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엄마, 아빠의 응원소리와 하느님의 따뜻한 시선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네가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령 네가 멈추어 울고 서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라고….

오늘 내 등에 지워진 이 십자가를 몸을 돌려 가만히 안아보았다. 여전히 많이 무겁고 버겁지만 이 십자가를 안고 갈 용기가 생겼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늘 이렇게 말씀해주시기 때문이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김정아 님은 산격성당 청년 레지오 ‘지혜로운 동정녀’ 쁘레시디움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교리교사 활동도 할 만큼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