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 밤 9시 30분,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는 시각. 대구시내 중심에 자리한 한 미용실로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가톨릭미용인회(회장 : 김순남 히야친타, 담당 : 허용 요셉 신부)의 회원들로 구성된 ‘빛’모임 회원들과의 만남을 위해 김순남 회장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찾았다. 만나자마자 김순남 회장은 “회원들의 일터가 멀리 떨어져 있어 각자 일을 마치고 모이다 보니 인터뷰 시간을 이렇게 늦게 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대구대교구 가톨릭미용인회의 창단 때부터 활동해 온 김순남(히야친타, 두산성당) 회장은 “오래전 삼덕동에 가톨릭여자기술원(가톨릭푸름터의 전신)이라고 있었는데, 당시 기술원의 유영숙(루시아) 원장님을 중심으로 시내에서 미용을 하던 7~8명의 미용인들이 모여 시작한 것이 미용인회의 시초”라며 “그게 벌써 28년이나 되었다.”고 옛 일을 기억했다. 그렇게 시작된 가톨릭미용인회는 초창기에는 주로 교도소 방문과 함께 소외받는 이웃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커트를 해주었고 지금까지도 장소만 바꾸어가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부분 기존의 회원들이 오랜 세월동안 함께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터라, 굳이 봉사활동의 이력을 따지자면 저마다 10년 또는 20년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인지 봉사활동이 이제는 생활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미용실마다 정기휴무일이 달라서 휴무일이 같은 회원들끼리 삼삼오오 조를 이뤄서 커트봉사를 하러 다니고 있다.”고 들려주는 김순남 회장은 “창단 때나 지금이나 교구 내 사회복지시설 중심으로 방문하여 회원들 각자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며 회원들을 칭찬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30여 명의 ‘빛’회원들은 정기휴무일에 맞춰 주로 대구대교구 천사의 집, 성가요양원, 결핵요양원, 성심복지의원과 한티 영성관 등 자신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서 봉사를 하고 있다.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귀숙(카타리나, 범어성당) 부회장은 “복지시설을 방문할 때면 아이들이 달려와서 ‘엄마, 엄마!’하고 부르며 와락 품에 안기곤 하는데, 그럴 때면 늘 코끝이 찡해지고 그런 아이들이 자꾸 눈에 어른거려서 봉사활동을 그만 둘 수가 없을 정도”라며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서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처음 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는 ‘봉사’그 자체보다는 기술을 익히려는 마음이 더 앞섰다는 김순희(마리안나, 수성성당) 부회장은 “이제는 그때의 부끄럽고 빚진 마음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순희 부회장은 “매번 시설을 방문할 때마다 삶이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그리고 기쁘게 해야겠다는 다짐도 갖게 되고 이 또한 주님의 이끄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행복함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강경자(로사리아, 대덕성당) 부회장도 “선배언니의 권유로 미용인들을 모아 작은 예수의 집에 봉사활동을 다닌 지 어느새 15년째”라는데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정봉조(벨라뎃다, 월배성당) 총무는 “어렵고 힘든 이들을 찾아가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또 그들이 기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매월 한 차례 ‘빛’모임을 통해 복음나누기를 하고 담당신부의 영적훈화를 듣는가 하면 미용관련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또 연례행사로는 성지순례와 신년, 송년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위를 들고 일할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에 밥을 굶고 온종일 서서 일을 해도 피곤한 줄을 모른다는 가톨릭미용인회 회원들. 그들은 “이런 능력을 주신 하느님께 늘 감사드리는 마음”이라며 “조금이라도 하느님께 돌려드리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회원들은 본당 레지오마리애 활동도 하고 있는데, 시간을 내어 봉사를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 단합하여 더 활발하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회원들은 “항상 저희들을 격려해주시고 신경써주시는 미용인회 담당 허용(요셉, 상인성당 주임) 신부님께도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미용실을 나서니 도심은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고 캄캄한 거리를 불 밝히듯 쉼 없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미용실 등(燈)은 가위를 다루는 회원들의 현란한 손동작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자신들의 재능을 하느님께서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봉사와 나눔 안에서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는 대구대교구 가톨릭미용인회 ‘빛’모임 회원들. 미용인이라면 언제이든, 누구라도 봉사활동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는 회원들은 선배들의 신앙과 봉사활동을 후배들이 고스란히 이어받아 행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본보기가 되고 있다.
* 가톨릭미용인회 회원가입문의 : 053-427-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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