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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패밀리 맨(The Family Man, 2000)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화려한 싱글, 골드 미스가 더 이상 소수의 삶이 아니게 된 요즘, 결혼은 더 이상 우리 삶의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선택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결혼 대신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삶, 사회적인 성공이 그 가치를 대신하면서 가정과 자녀가 주는 행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그 가치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결혼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 <패밀리 맨>을 소개한다.

월스트리트의 성공한 투자전문가 잭 캠벨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연히 들린 식품점에서 복권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캐쉬를 만나게 되고, 그의 복권을 대신 산다. 그리고 이미 잭의 이름을 알고 있는 캐쉬의 이상한 얘기를 듣고서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잭은 13년 전 유학 대신 연인인 케이트 레이놀즈와 결혼하여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새로운 삶의 낯설음에서 벗어나 차츰 케이트와 두 아이와의 평범한 삶에서 행복과 사랑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이러한 행복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캐쉬가 다시 나타나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될 것을 알려준다. 다음날 아침 원래의 삶으로 돌아온 잭은 케이트를 찾아가 그녀를 다시 만나지만 케이트 역시 성공한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잭은 파리로 떠나려는 케이트를 붙잡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잭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캐쉬와의 대화에서 “나는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영화 초반부에 보여주는 그의 옷과 아파트, 직업, 말과 행동은 물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그의 삶이 잘 드러난다. 과연 그럴까? 크리스마스에 만날 가족과 친구조차 없어 일중독에 빠져 지내는 자신이 후회하거나 놓치며 살고 있는 건 없는 건가? 캐쉬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황당한 경험(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은 그가 13년 전 성공을 위해 유학을 떠나면서 잊어버렸던 케이트를 기억하게 한다. 성공 대신 케이트를 선택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은 현재의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비참한 삶이지만, 그 삶에는 물질적 만족 대신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지 못했던 사랑이 충만하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근로시간을 가진 한국 사회에서 일과 가정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좋은 직장에서 사회적 성공을 하기 위해서 가정에서의 삶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더 나아가 가정이라는 굴레가 싫어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려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일치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넘어서 하느님께서 창조 때부터 인간에게 섭리로 마련해 주신 것이다. 한 몸이 된다는 것은 우리 각자가 가진 불완전함을 넘어서 본래의 완성된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고, 자녀를 낳아 키움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면, 그 사랑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가정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적 미숙함을 가정을 통해서 채워나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터닝포인트
- 잭이 케이트의 생일 파티 비디오를 보는 장면(1:07:11~1:10:31)

케이트와의 관계가 시원찮은 잭이 술을 마시려다가 케이트의 생일 파티 비디오를 발견하고 이를 튼다. 비디오에서 잭은 케이트의 생일을 축하하며 케이트에게 어눌하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노래 가사처럼 케이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물질(다이아몬드 반지)이나 능력(노래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케이트를 감동시키고 있다. 잭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신앙인으로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가?
-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가정의 충실함을 잊고 살지는 않는가?
- 싱글맘, 다문화 가정 같은 특별한 가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