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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마음을 열고 서로 사랑합시다


안경녀(소피아)|칠곡성당

제가 다니는 본당은 50년이 넘은 성당입니다. 그래서 유난히 어르신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상황을 잘 알기에 저는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를 전교할 요량으로 몇 번이나 성당에 모시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할머니께서 갑자기 성당에 가기 싫다고 하시면서 교회에 나가겠다고 하시더군요. 왜 갑자기 할머니의 마음이 바뀌었는지 궁금하여 여쭤보았더니 “천주교 신자들은 너무 차갑고 냉정해서 정이 안 간다.”면서 “교회에 가면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고 점심도 주고 환영도 해준다.”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할머니의 단호한 그 말씀에 저는 충격을 받았고 이렇게 전교를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저부터라도 변해보자고 결심을 하고는 한 달 동안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 연습과 웃는 연습을 부지런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주일 교중미사에 참례했습니다. 마침 마당 한 쪽 벤치에 연세가 가장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계시기에 그리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하려니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아무런 말 없이 그냥 할머니 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할머니, 일찍 나오셨네요.”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응. 다리가 쑤시고 아파서 집에서 일찍 나서야 11시 미사시간에 맞춰 올 수 있을 것 같아 서둘렀지.”라고 하시며 제 손을 살며시 잡아주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할머니, 혼자 사세요?”하고 다시 여쭈어보았습니다. 할머니는 딸이 한 명 있는데 강원도에 살고 있어서 자주 못 본다고 하셨고, 그 말을 들은 저는 할머니를 살짝 안아드렸습니다.
옆 벤치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계시던 또 다른 할머니가 “나도!”하시며 팔을 벌리시기에 가서 얼른 안아 드렸더니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는 겁니다. 저의 이 작은 행동 하나에 어르신들이 그렇게 좋아하실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마음을 열면 못 할 게 없는데, 지금이 박해시대도 아니고 이제 우리도 개신교 신자들처럼 친절해도 될 텐데 왜 그게 안 되는 걸까, 하고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계단 아래에서 할머니 두 분이 저를 보시더니 “우리는 안 안아 줄 거야?” 하시며 웃고 계셨습니다. 제가 또 다시 할머니들을 차례차례 안아드리니 지나가던 자매님들이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것 같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반모임 때 전했더니 반원들도 모두 좋아하면서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는 반원들이 되자고 했습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인사를 하고 할머니들께 다가가서 손 한 번 잡아드리고 한 번 안아드리는 일이 이렇게 큰 기쁨인 줄 저는 그 날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되도록이면 11시 미사에 참례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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