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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다우트(The Doubt, 2008)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을 얼마나 믿으며 살고 있는가? 사실 믿음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관계처럼, 하느님과 나 사이를 넘어서 나와 이웃과의 관계로 확장된다. 그래서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내가 가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표현되고 증명된다고 말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간에 믿음과 신뢰를 잃어버리고 이로 말미암아 갈등과 미음의 죄를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잘못된 경우이기는 하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서 믿음과 신뢰가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 〈다우트〉를 소개한다.
1960년대 뉴욕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의 교장인 알로이시스 수녀는 제임스 수녀로부터 플린 신부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고, 그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플린 신부와 흑인 학생인 도널드 밀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추궁하고, 플린 신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의심을 더 키우게 되고, 도널드의 엄마인 밀러 부인까지 불러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고, 플린 신부는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한참 교회의 쇄신을 논의하고 있던 시기였다. 교회의 기존 권위를 지켜야 된다는 것과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교회를 쇄신해야 한다는 두 가지 흐름이 많은 갈등과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었다. 플린 신부는 영화의 도입부인 강론에서부터 시대와 믿음에 대한 불확실성과 의심에 대해 얘기하며 비록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함께 하자고 하며 신자들을 독려한다.
이에 반해 알로이시스 수녀는 강론을 경청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제대로 미사에 참여하는지 감시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엄격함과 보수적인 성격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친근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플린 신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못마땅함이 그에 대한 의심으로, 근거 없는 모함으로까지 점점 커지게 된다.

알로이시스 수녀가 보여주는 경직된 모습은 신앙인으로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삶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나의 판단, 나의 가치관을 마치 하느님의 뜻인 것처럼 착각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내가 하는 대부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하느님 뜻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뜻을 식별함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기준은 단 한 가지 사랑이다.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위가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 안에 머물며 올바른 길을 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터닝포인트
- 교장실에서 알로이시스 수녀와 플린 신부와 제임스 수녀가 대화하는 장면(37:19~:54:03)

알로이시스 수녀의 의심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성탄절 연극제를 빌미로 세 사람이 모이게 된다. 플린 신부의 일거수일투족이 알로이시스 수녀에게는 못마땅하다. 교장 자리에 함부로 앉는 것부터 단 것을 좋아하는 것, 볼펜을 사용하는 것, 성직자와 수도자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그래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플린 신부와 도날드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의심하며 추궁한다. 이어지는 플린 신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말을 믿지 못한다. 경험상 거짓말인 것을 알 수 있다는 알로이시스 수녀의 편향된 의심은 결국 모든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가게 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교회(가정, 직장)에서 누군가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지는 않는지?
-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은총을 얼마나 믿으며 살고 있는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