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아 모든 이들의 마음에 참된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에 진정한 평화를 간직할 수 있다면 평화로운 나라, 다툼이 없는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참된 평화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고 함께 살아가려고 애쓸 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물질적으로 풍부해진 것만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볼 때 정치적인 갈등과 분배의 불평등, 극단적인 의견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새 달력을 넘기며 올해는 더 화합하고 더 소통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만, 기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기원하는 뜻이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남보다 많이 가지기만 원하고 베풀 줄 모른다면 계층의 양극화는 경기가 아무리 좋아진다 한들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며 남의 의견을 억압하거나 무시한다면 소통과 화합은 여전히 듣기 좋은 구호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들은 정책이나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재물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자기 것을 내어놓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범을 보인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혹시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우리 각자가 자기 주변에서부터 나눔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비록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작은 노력일망정 원망하거나 포기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조금이나마 이 세상을 실제로 바꾸는 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지만 하늘나라의 영광을 버리시고 변방의 보잘것없는 마을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셨고, 몸소 노동을 하시고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가진 것 없고 못 배운 사람들을 친구라고 부르시고 외국 사람들과 따돌림 받는 이들을 가까이 하셨으며, 마침내는 죄인들을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놓으셨습니다. 우리는 이분을 왕 중의 왕, 평화의 왕이라 부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자기를 내어놓고 나누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한 해를 연다는 것은 희망을 갖고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와중에 국내에서는 정치적인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자 노력한다면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이 나라를 위해 전구해 주시기를 청하며,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2012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