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전달된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기억하는 사진 속 세상, 그 세상을 통해 제2의 삶을 살며 더욱 하느님께로 다가선 이, 대구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조기현(베라노, 성요셉성당) 회장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994년 10월, 운전 도중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기적적으로 살아난 조기현 회장. 그는 “죽음의 위기에서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심장수술을 받고 새로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였다.”면서 “수술을 한 뒤로는 즐기던 테니스 대신 산책을 하며 건강을 회복해 가던 중 우연히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사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고 했다.
이어 1998년부터 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게 된 조기현 회장은 대구대교구에 사진가회가 없음을 알고는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타 교구 사진가회를 방문하여 그들의 활동을 들으면서 사진으로 교구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창립 준비모임 끝에 2000년 10월 김율석(마태오) 신부를 초대담당신부로, 정수열(이냐시오) 회장을 초대회장으로 추대하면서 대구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가 창립되었다. 이후 사진가회 회원들은 대구대교구의 크고 작은 행사의 중심에 늘 함께 하면서 교구행사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는데 공헌하기 시작하였다. 사제·부제서품식, 카리타스장애인축제, 교구 100주년 기념 경축대회미사 등 교구의 크고 작은 행사에는 언제나 사진가회 회원들이 기록사진을 촬영하여 자료로 남기고 있다.
조기현 회장은 “30~70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사진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평일에는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 봉사하고 주말에는 젊은층에서도 촬영봉사를 하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덧붙였다. 50여 명의 회원들은 자체적으로 사진 강좌를 열어 촬영기법 등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보다 나은 사진촬영을 위해 애쓰고 있고, 매월 1회 정기출사를 통해 회원간 친교도 쌓고 개개인의 창작사진을 위해 열의도 쏟으며 매년 회원정기전도 열고 있다.
창립회원으로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2011년에는 〈가톨릭사진가회 창립 10주년 작품집〉도 발간한 조기현 회장은 그동안의 숱한 행사와 촬영봉사 활동들 중에서도 특별히 보람 있었던 일로 대구대교구 행사사진 정리를 손꼽았다.
“오랜 세월동안 모아두었던 수천 장의 교구기록사진들을 회원들이 한 장 한 장 일일이 스캔해서 여러 장의 콤팩트 디스크(Compact Disk) 안에 저장하여 정리한 일이 사진가회의 활동 중 가장 기억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눈이 빠질 것 같은 고된 이 작업의 뒤에는 회원들의 깊은 신심과 봉헌의 마음 그리고 교구를 향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을 터. 이렇게 많은 교구 행사들 이외에도 회원들은 여러 본당들과 경북의 오지마을, 영천 나자렛집 등을 찾아 어르신 영정(장수)사진을 찍어드리고 또 매년 연말에는 사진가회 정기전시회 때의 판매수익금으로 성가양로원, 나자렛집, 성심복지의원, 루도비코집 등 교구 내 사회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면서 후원금도 전달하며 이웃사랑 나눔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1990년 월배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상인성당이 신설됨에 따라 상인성당으로 옮겨가 청소년분과장과 주일학교장으로 활동한 조기현 회장은 이후 성요셉성당의 신설로 또다시 교적을 옮기게 되어 성요셉성당축성식준비위원장과 평협회장으로 활동하였다. 그 뒤 교구 군종후원회장, 교구 사진가회장, 교구 평협 부회장, 교구 100주년 홍보분과위원 등 자신을 필요로하는 곳이라면 어떤 직책이든 겸허히 받아들이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교회의 일이든 사회의 일이든 저에게 새로운 직무가 맡겨지면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생활의 신조”라고 말하는 조기현 회장. 그는 앞으로 전국의 유명한 공소, 성지, 성전을 찾아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성모상을 렌즈에 담고 싶다는 조기현 회장은 그 시작으로 5대리구 내 본당의 여러 성모상을 지난해에 이미 모두 찍어두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소박한 개인전도 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교구 행사사진 외에 개인적으로는 생활사진을 즐겨 찍는다는 조기현 회장은 시간이 날 때면 “삶의 현장인 재래시장이나 달동네를 찾아가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곤 한다.”며 “때로는 그들의 고단한 일상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기가 송구할 때도 있지만, 그 순간의 모습을 담아두었다가 한 번씩 다시 볼 때면 인생 공부가 되고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 가까이에 머물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셔터를 누른다.”고 했다.
“사진으로 교구에 봉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순간순간 촬영에 임하면서 언제든 ‘예’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기꺼이 주어진 일을 해 나갈 것”이라는 조기현 회장. 그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사진을 매개로 하여 더욱 적극적인 봉사의 삶을 살아가며, 하느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몫을 택한 조기현 베라노 회장의 앞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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