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100세를 내다보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퇴직을 하고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난 뒤 여가생활 또는 새로운 배움의 길을 찾는 어르신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어쩌면 ‘어르신’이라는 표현조차 무색하리만큼 젊게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 그들의 신바람 나는 인생후반전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포항 죽도성당(주임 : 원유술 야고보 신부)의 죽도어르신대학(학장 : 원유술 야고보 신부, 학감 : 김효령 카타리나)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평일미사를 시작으로 오후 3~4시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90여 명의 어르신들은 미사가 끝난 뒤 본당 보좌신부의 성경 강의를 듣고 강의 후에는 8개 반으로 나뉘어 각 반별로 교사와 함께 복음나누기를 시작한다. 나눔이 끝난 뒤에는 점심식사를 하는데 점심식사는 본당의 지원을 받아 구역의 신자들이 돌아가며 정성껏 차려 드리고 있다. 오후에는 원하는 특별반 수업에 참여한다. 현재 운영하는 특별반 수업으로는 가요반, 가곡반, 요가반, 탁구반, 종이접기반, 한글반(오전 9시) 등으로 평균연령 70~80세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강사 역시 모두 본당 신자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고 14명의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본당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 어르신을 포함하여 포항시내 여러 본당의 어르신들도 찾아와 수강하고 있는 죽도어르신대학. 대해성당 신자로 7년째 이 대학에 다니며 반장을 거쳐 학생회 총무도 3년이나 맡아했다는 전진숙(데레사) 어르신은 “우리 어르신대학 선생님들이 지극정성으로 애쓰고 계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르신대학의 김택환(요한) 학생회장 어르신은 “1999년부터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기쁘게 지내면서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가요반에서 노래를 배우는데 남인수 노래를 가장 즐겨 부른다.”며 “헌신적인 선생님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레크리에이션 담당 문명희(요세피나) 연구부장은 “어르신들께 실버건강체조를 가르치고 있는데 아주 좋아하시고 잘 따라하신다.”며고마워했다. 또한 어르신 학생들은 포항시 한마음축제에도 해마다 참가하여 매스게임, 실버에어로빅, 황진이춤 등 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2011년 포항시 노인의 날 실버장기자랑대회에서는 문명희 연구부장 안무의 황진이춤으로 2등상을 수상하고 포항시 도전골든벨에 찬조출연까지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연당시 의상도 모두 교사들이 한 땀 한 땀 손수 지었다니 그 정성이 놀라웠다.
김효령(카타리나) 학감은 “평일 수업과 매월 한 차례씩의 생신잔치, 어버이날 행사, 소풍, 방학식, 1박 2일 수학여행, 체육대회, 종강식 연극, 성경이야기 모자이크화전시 등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하루, 한 달, 한 학기가 후다닥 지나간다.”며 “특히 매주 수업을 위해 꼼꼼한 준비와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야 하므로 교사들은 거의 성당에 살다시피 할 정도”라고 했다.
“나이 든 신자들에게 기쁨과 삶의 활력을 주는 죽도어르신대학”이라고 자랑하는 신입생 홍사목(레오나르도) 반장 어르신은 “1년의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많고 많은데 모두 짜임새가 있고 실속 있는 프로그램들로 교안을 만들고 준비를 하시니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이 들지, 이것은 봉사차원을 넘어선 희생”이라며 극찬을 하였다.
 
 
가요반 담당 이순난(율리아) 부학감은 “어르신들의 간식비나 여행경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유과도 만들어 팔고 차도 만들어 팔고 있다.”며“어려운 어르신들께는 입학금이나 여행경비를 지원해드리고 성경도 사서 드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 경비마련을 위해 교사들은 스스럼없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활짝 웃었다.
“한글을 모르던 어르신들이 저에게 한글을 배워 미사 때 기도문을 읽고 성가를 크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는 임혜숙(크리스티나) 교무부장은 “어르신들이 또박또박 한글로 쓴 카드를 전해줄 때 가르침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어르신 레크리에이션의 전문강사로 널리 알려진 문명희 연구부장과 한글을 가르치는 임혜숙 교무부장은 초창기 봉사자로 13년째 매주 화요일은 죽도어르신들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고 있다. 또 후원자로 시작하여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술지도수업도 하고 있는 김효령 학감은 “본당의 지원과 모든 봉사자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열성이 있기에 어르신대학 운영이 가능하다.”며 “소년, 소녀처럼 행복해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기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이 오기만 기다린다는 죽도어르신대학의 어르신들과 오랜 세월 묵묵히 봉사하며 서로 격려하고 아껴주며 사랑으로 어르신들에게 배움을 전하는 죽도어르신대학의 교사들.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함께하기에 교사와 학생 모두 신바람 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 자료사진 : 죽도어르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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