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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아멘(Amen, 2002)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태 22,21)

세상과 교회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어떤 이들은 교회는 세상과 떨어진 별개의 조직으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참여보다는 중립을 지키며 종교적인 역할에 충실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상에 정의가 사라질 때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전히 중립을 지키며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하면서 종교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전부일까? 세상에 대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아멘〉을 소개한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친위대 장교인 칼츠 게르슈타인은 방역을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가 실제로는 유태인을 집단 학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교회 지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전시 상황에서 정부를 반대하는 내용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교황 대사와 함께 있던 리카르도 폰타나 신부는 게르슈타인과 함께 이 사실을 교황청에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교황청은 정치적 이유로 유태인 학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이에 게르슈타인과 리카르도 신부는 독일군의 만행을 알리고 유태인들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저항하기 시작한다.

사회적인 악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합리화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 게르슈타인은 후자의 방법을 따른다. 비록 조국을 배신하고 이 때문에 가족이 위험하게 되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앞에 큰 장벽이 놓여 있다. 교회가 장애인을 가스로 죽이는 것을 막았던 것처럼 유태인들을 살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줄 알았지만 막상 같은 종교인이 아닌 유태인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었다. 리카르도 신부의 도움으로 교황청까지 찾아가지만 독일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하는 정치적인 판단이 유태인에 대한 보편적인 인류애보다 더 중요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 두 사람은 교회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낙심한 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사목자로서 혹은 정보 제공자로서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한국천주교회는 1970~80년대 군부독재시절 시대의 빛으로서 세상에 희망의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그 이후 더 이상 세상에 대한 교회의 역할은 불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군부독재와 같은 적극적인 악은 아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어둠과 악이 존재하고 이것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신앙인이든 아니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는 것, 더 나아가 사회적인 악과 이를 지지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역할로 남아 있다. 부자보다는 가난한 이들, 기득권이 있는 이들보다는 소외되거나 탄압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터닝포인트
- 리카르도 신부가 교황 비오 12세에게 간청하는 장면(1:37:41~1:42:10)

리카르도 신부는 교황 비오 12세에게 1천 명의 유태인의 강제이송을 막아달라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러자 가슴에 유태인 표식을 붙이고 유태인들과 운명을 같이 하러 수용소행 기차를 탄다. 교회가 공개적으로 유태인 학살을 막지 못하자 리카르도 신부가 선택한 길은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유태인이 아니었지만 유태인이 되어 죽음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와 같이 버림받아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과 함께함으로써 시대의 고통과 아픔에 동참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종교적 신념과 사회적(정치적) 상황이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하는가?
- 세상 안에서 윤리적으로 혹은 복음적인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 강요될 때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거나 도움을 주려고 했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