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단장 : 방경홍 가브리엘, 담당 : 하성호 사도요한 신부)에서 보내온 이번 레지오마리애 체험사례는 중국 북경 한인성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원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글은 세나뚜스에 보내온 보고서의 특기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현지사정상 실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레지오 활동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양로원에 봉사하러 가기 시작하면서 꾸리아 단장님께서 할머니들을 위한 종이접기 봉사를 권하셨습니다. 워낙 세밀한 작업이고 말도 서툴러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예, 하겠습니다.” 하고 감히 대답했습니다.
종이접기는 아들이 5살 되던 해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배우기 시작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작품을 만들게 되었고,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겨 정성스럽게 만든 제 작품을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문화센터에서 종이접기 강의를 하게 되어 북경에 오기 전까지 종이접기, 종이감기, 일러스트, 풍선공예 등을 가르쳤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봉사는 참으로 기쁘고 행복한 일이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경에서의 재료 준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중국 제품은 질이 떨어지고 한국 제품은 값이 비싼 데다 제가 필요로 할 때 구입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물건이 많이 들어온 날이면 가진 돈을 몽땅 털어 재료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재료 준비를 마치면 마음에 들 때까지, 할머니들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느라 1~2주에 걸쳐 샘플을 만들기도 했지요.
처음 양로원 봉사를 가는 날은 비가 질척하게 내리던 여름이었습니다. 중국말이 서툴러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해보니 희망이 보였습니다. 중국어를 잘하시는 형제님, 자매님들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첫 작품으로 귀여운 잉꼬 새를 접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초등학생들처럼 마냥 즐거워 하셨으며 종이접기에 몰두하시는 진지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그 후 양로원이 이사를 가게 되어 한동안 쉬다가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차량 봉사를 하시는 형제님들, 청소를 해주시는 자매님들, 모두 하나가 되어 기쁘게 봉사하고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그동안 데이지 꽃, 자주색 꽃, 동물들의 놀이터, 대림환, 개나리꽃 접기를 하였는데, 특히 데이지 꽃을 만들 때 연세 많으신 분들이 차분히 앉아 가위로 자르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각자 열심히 자기 작품에 빠져들었다고나 할까요.
할머니들과 만나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그분들의 표정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처음 3~4명이던 학생 수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할머니 10명과 수녀님 2명이 수업에 참여하셨습니다. 할머니들은 수업이 끝나면 1층까지 저를 따라 내려오시며 다음 수업은 언제인지, 어떤 작품을 배우게 되는지 궁금해하시며 열의를 보이셨는데, 참으로 기쁜 일이었습니다. 저의 이 작은 탈렌트로 외롭고 소외된 중국 할머니들과 소통할 수 있고, 또 그분들께 즐거움을 드리며 오히려 내 자신이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레지오 단원으로서 기도와 봉사를 통해 계속 저를 평화로 이끌어 주시는 성모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힘닿는 그날까지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