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영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경주방향으로 10여 분 정도 달리다보면 영천시 북안면 소재지에 위치한 ‘영천성당(주임신부 : 장환명 요셉) 북안공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길가에 세워 둔 작은 이정표 너머로 보이는 새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십자가 달린 두 동의 건물이 한 눈에 공소임을 알게 해준다. 취재를 위해 북안공소를 방문한 날, 마당에서부터 반겨주시는 공소 어르신들에게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히 ‘맞이함’이 느껴진다.
영천시 북안면 고지리에 위치한 북안 공소는 1965년, 현재의 위치가 아닌 인근의 송포리에서 설립되어 지난 해까지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송포공소 시절 건물이 낡고 수도시설이 없어 불편함을 겪어온데다, 그곳에서는 공소의 발전이 어렵겠다는 신자들의 의견이 모아져 현재의 북안면 소재지에 공소를 새로 지어 이전하게 되었다. 현재의 북안공소는 394평의 대지에 40평의 소성당과 20평의 부속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부속건물에는 큰 방과 창고 그리고 주방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공소 신자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소규모의 당일 피정도 가능하겠다.
농사일로도 하루하루가 벅찬 이들에게 공소 이전은 만만치 않을 일이었을 터. 그러나 공소발전이 공소신자 모두의 열망이었고 공소발전을 위해서는 공소이전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은 북안공소 신자들은 작은 힘이나마 서로 보태어 공소 이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공소 이전을 계획할 때만 해도 가난한 공소 형편 때문에 공소 이전은 꿈 같은 일이었지만 하느님의 안배로 그 꿈이 실현되기 시작한 때가 1999년. 인근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은인이 부지매입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이다. 이렇게 시작된 북안공소 이전은 영천본당 신자들과 타공소 신자들 그리고 많은 은인들의 도움으로 2003년 9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지난 2월, 완공에 이르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26가구 49명의 신자가 전부인 이 작은 공소에서 올해 예비신자 교리에 등록한 사람이 1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예비신자 입교를 위해 북안공소 신자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소책자를 배포하였다. 또한 전화나 방문을 통해 이웃들에게 천주교를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한 자매님은 “매일 집으로 전화도 하고 밭으로 찾아 가기도 했다.”며 쑥쓰러워했다. 이렇게 예비신자가 많다보니 본당으로 교리를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본당 수녀님께서 교리를 위해 매주 공소를 방문하신다고 한다.
이렇게 예비신자 교리가 있는 날이면 북안공소 신자들은 성당에 처음와서 서먹서먹해 할 예비신자들을 위해 강의도 함께 듣고 음료수도 나누며 북안공소의 새가족인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우리 공소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우리의 화목한 모습들을 보고 부러워해요. 주위에 개신교 교회가 많은데 공소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하네요.”라고 한 자매님이 말하자 모두들 환하게 웃는다. 유도식(사도요한) 4대 회장은 “한 번씩 성지 순례나 야유회를 떠날 때면 나눌게 있다면 입에 든 것까지 나누어 먹으려 합니다.”라며 공소 신자들이 가족같이 지낸다고 귀띰해 주었다.
어르신들께 공소 건립에 있어서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해서 묻자 갑자기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하며 칭찬릴레이가 펼쳐졌다. 새공소를 봉헌하기까지 차량봉사, 음식봉사, 전례봉사를 누가 열심히 했는지, 공소 건립 과정에서 누가 어떤 애를 썼는지 등 서로가 서로의 수고로움을 칭찬하고 나선 것. 그러자 한 어르신이 “다 같이 움직였지뭐. 그렇게 다 말하면 우리 하늘나라 가서 받을 상 못 받어.”라며 허허 웃으신다.
현 북안공소 회장인 최광남(야고보) 씨는 “이곳에서 이제 시작입니다. 말로만 전하는 신앙이 아니라 신자의 본분을 다해 행동으로 신앙을 증거해야겠지요. 새로운 마음으로 친형제보다 더 다정하게 살아 우리 공소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면 좋겠네요.”라며 새공소를 봉헌하는 소감을 밝혔다. 장환명 주임신부도 북안공소 신자들이 공소에 대한 애착이 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대 교회 공동체처럼 가진 것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나누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농사일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교회일이라면 한 걸음에 달려오는 열심한 그들의 신앙생활이 밑바탕이 되기에 그들이 바라는 공소발전과 지역복음화는 결코 바람으로만 끝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르신들이 또 한마디 하신다. “기자님, 기사 잘 써가 우리 공소 본당으로 승격되게 해 주이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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