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안하십니까? 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일하는 장숙희 루시아 수녀입니다. 지난 2011년에는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천주교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출범미사를 봉헌하였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천주교 대구대교구 공동운영 남성 주택미배정자 공동생활가정 바오로쉼터를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님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하여 개원하였고, 새터민 자녀들의 보금자리인 파티마의 집도 민족화해위원회 담당 이기수(비오) 신부님 주례로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이는 대구대교구가 10여 년 동안 후원회와 함께 기도와 봉사로 새터민 지원을 해온 결과로 이루어진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지면을 빌어 후원회원들과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이 한국에 와서 정착한 사람들이 새터민인데, 이들은 어느새 우리 가까이에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에 대한 호칭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명칭이 ‘탈북자’와 ‘새터민’일 것입니다. 현재 남한에 입국해 있는 새터민들의 수는 지난해 2만 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에도 생각보다 많은 수의 새터민들이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탈북자’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위기 이후 대량탈북 사태가 시작되면서 한국 언론에서 써왔던 말입니다. 그런데 탈북자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2005년부터 통일부에서 ‘새로운 터전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새터민’이란 용어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법률용어는 ‘북한이탈주민’입니다. 이외에도 ‘탈북동포’, ‘탈북이주민’, ‘귀순자(동포)’ 라는 말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표현할 수 있는 호칭,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 자신들에게 좋은지 함께 논의해 보는 장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새터민 중에는 가톨릭교회 내에서 이미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에 정착한 사람들 가운데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여 세례성사를 받았거나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가톨릭새터민공동체’의 새터민들은 우리와 함께 지역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는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탈북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일만큼이나 커다란 삶의 전환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 우리 눈에는 놀랍게만 보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우리 지역 신앙인들이 새터민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먼저 온 통일’을 맞이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 대북지원과 난민 지원, 새터민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질 것이라 전망됩니다.
만일 여러 가지 상황과 이유로 갑작스럽게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겠는지요? 얼마 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일 이후 노동시장 변화와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남한과 북한의 기대 소득 차이 등을 고려하면, 급진적 통일이 이뤄졌을 때 북한 주민 161만~365만 명이 남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전망이 시사하는 바는 다방면의 연구와 준비가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통일은 가까이 와 있으며 우리 곁의 새터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 등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차별이 생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들이 이러한 급변시기에 남과 북을 이어주는 소중한 중재자가 될 수 있고 북에 남은 가족들을 여러 면으로 지원하여 통일을 앞당길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에 통일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우리 새터민들이 하느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자유와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도록 돕는 일은 이 시대 이 땅의 신앙인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사랑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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