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 4,23)
예수님의 치유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종교와 의학이 분명하게 분리된 오늘날, 병의 치유와 영적인 치유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치료에 환자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함께 하지 않을 때,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상업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군중에 대한 사랑 특히 병자와 약자에 대한 치유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이러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치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패치 아담스〉를 소개한다.
자살을 시도하려다 정신병원에 들어온 패치 아담스는 우연히 아더 멘델슨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같은 방의 루디를 도와주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의사로서의 사명을 깨닫게 된다. 버지니아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대생으로서 의사의 삶을 준비하지만 엄격한 규칙 덕분에 환자들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환자들을 몰래 찾아가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된다.
월콧 학장은 이러한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이를 저지하지만, 패치는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돈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료 진료소를 세워 그들과 함께 한다. 그러나 사랑하던 동급생 캐린 피셔가 정신병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난다. 패치는 캐린이 얘기했던 나비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고 돌아와 의사의 길을 가게 된다.
너무나 엉뚱한 패치는 마치 사회 부적응자처럼 행동하고 법과 규율을 무시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의사가 되겠다는 그의 의지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패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의 특별한 행동이 자신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안에 묘사된 많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환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못한다. 그저 어떤 병이 걸린 몇 번 방의 환자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환자들을 외적으로 치료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살피지 못한다.
이에 반해 패치는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고, 가능한 방법으로 그것을 실현해 준다. 동료생 미치 브로만의 대사 “환자들의 병은 고칠 수 있을지언정 환자가 식사를 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처럼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한 환자의 소원인 국수로 가득 찬 수영장으로 직접 환자를 데려가는 패치의 방법뿐인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성당에서 외적으로 드러나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가지셨던 그 사랑을 담지 못할 때 자칫 잘못하면 마음은 없고 몸만 그 자리에 있는 모순된 삶을 살 수 있다.
패치가 보여주는 사랑의 행위와 이를 통한 진정한 의사로서의 삶의 의미를 바라보면서 우리 각자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그 삶의 의미를 실천할 때 이웃을 기쁘고 행복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예수님의 치유를 우리 삶을 통해서 연장하고 확장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증거하게 될 것이다.

 
 
터닝포인트
- 패치 아담스가 정신병원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장면(9:41~15:24)
패치는 아더의 방으로 들어가 손가락과 관련된 정답을 알려고 한다. 패치가 아더의 종이컵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고쳐주자, 아더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패치의 가능성을 일깨워 준다. 방으로 돌아온 패치는 다람쥐가 무서워 화장실을 가지도 못하는 루디를 돕게 되고, 남을 돕는 것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아더의 종이컵을 고치는 아주 작은 선의의 행동이 패치의 삶의 방향까지 바꾸어 놓게 된다. 오직 자신 안에 갇힌 채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사회와 가정과 교회 안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어떠한 마음으로 하고 있는가?
- 여러 가지 형태로 고통 받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 다른 사람을 기쁘게 도움으로써 더 많은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실천하고 있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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