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단장 : 방경홍 가브리엘, 담당 : 하성호 사도요한 신부)에서 보내온 이번 레지오마리애 체험사례는 중국 북경 한인성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원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글은 세나뚜스에 보내온 보고서의 특기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현지사정상 실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23년 동안 절친하게 지내고 있는 단짝 친구 K가 있습니다.
외로움을 잘 타고 마음이 한없이 약한 그녀에게는 남모를 아픔이 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버지께서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어 어머니께서 홀로 세 자매를 키우셨는데, 자존심이 강한 K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대학생 때까지 늦은 사춘기를 겪었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면서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힘들어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힘들어하던 K에게 저는 고민을 들어주기만 하는 친구일 뿐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가을, K가 아들과 함께 북경의 저희 집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렀습니다. 우리는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모처럼 주어진 여유를 만끽하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K와 친구의 인연을 맺은 후 처음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저에게는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K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K야, 네가 그렇게 힘겹게 살아왔는데 내가 그동안 널 위해 기도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구나. 정말 미안해. 앞으로 너를 위해 늘 기도할게.” 라고 말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고, K는 “누군가 날 위해 기도를 해준다니 너무 든든하다.”면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한 K는 2010년 6월에 드디어 세례를 받았습니다. ‘기도’라는 것이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는지 K를 통해 확실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K가 세례를 받기까지 몇 차례의 위기도 있었습니다. 대모님을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칠순이 다 되신 저희 친정어머니가 대모가 되어 주셨고, 시댁과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성모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K와 친구로 지내왔지만 제 안의 사랑이 충만하지 못했기에 그동안 친구의 아픔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북경에서 레지오 활동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우면서 상처받은 친구를 위해 기도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된 것입니다.
성가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의 가사처럼 레지오 단원인 저는 앞으로 진정으로 마음 따뜻한 성모님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내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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