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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제도 설정 및 대교구 승격 50주년 기념 감사미사 교구장 강론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며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2012년 3월 10일은 한국 천주교회에 교계제도가 설정되고 대구대목구가 대구대교구로 승격된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50년 전인 1962년 3월 10일, 요한 23세 교황님께서는 교서 ‘복음의 비옥한 씨’를 발표하심으로써 한국교회에 교계제도를 설정하시고 서울, 대구, 광주의 세 관구를 설립하셨으며, 한국의 대목구들을 교구와 대교구로 승격하도록 명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대목구는 서울, 광주와 함께 대교구로 승격되고 한국의 다른 대목구들도 교구로 승격되었습니다. 당시 대구대목구장이셨던 서정길 요한 주교님은 대구관구장이자 대구대교구장 대주교로 승품하셨고, 같은 해 7월 5일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착좌하셨습니다.

교계제도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를 이끌고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기 위한 조직체계입니다. 교계제도는 교황님께서 지역교회에 교구장 주교를 임명하심으로써 설정되지만, 아직 교계제도가 설정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선교 지역의 교구는 대목구라는 형태로 설립됩니다. 대목구는 대목구장이 교황님의 사목권을 대리하여 교구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사목을 하는 지역입니다. 대목구가 정식 교구로 승격하게 되면 교구장 주교가 임명되고, 교구장 주교는 교황님의 사목권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권한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지역 교회를 다스립니다. 한국 천주교회에 교계제도가 설정되고 대구대목구가 대구대교구로 승격하였다는 것은 우리 교구가 스스로의 힘으로 복음을 전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교황님과 세계 교회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교구가 새로운 100년의 첫걸음을 내딛으려 하는 이때에 교계제도 설정 및 대교구 승격 50주년을 맞이한 것은 우리가 외적으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 내적으로도 더욱 성숙하도록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표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크신 은혜로 우리 교구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왔습니다. 초대 드망즈 주교님께서 부임하셨을 때 대구대목구에는 성당이 18곳밖에 없었고, 주교님이 머무르실 집도 없었으며, 2만 6천여 명의 교우들을 열아홉 분의 신부님들이 돌보고 계셨습니다. 오늘날 대구대교구는 5개의 대리구와 158개의 본당, 436명의 사제와 46만여 명의 교우를 거느린 큰 가족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발전의 이면에는 걱정스러운 모습도 없지 않습니다. 쉬는 교우가 늘고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것도 마음이 쓰이는 일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우리의 삶이 복음 정신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양적으로 매우 초라했던 교구 초창기와 비교할 때, 과연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이 우리 선배들의 그것보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더 충실한가, 계명을 더 착실히 지키고 교우들 간에 더 화합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더 열심히 돕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외형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면적인 성숙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마치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한 나무와 같아서 주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내적으로 더욱 성숙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이 점점 더 예수님께 가까이 가서 일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생활에서 주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을 지우고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키워감으로써, 다시 말해 쇄신을 거듭함으로써 성숙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앙 안에서 성숙하는 데는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이루신 일들을 묵상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깊이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에 합당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결심도 그만큼 더 굳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가 내적 성숙을 다짐하는 이 기회에 이제 막 편찬이 완료된 교구 100년사를 주님 제단에 봉헌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교구의 역사는 단순히 지난 자료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의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교구 100주년 3대 기념사업의 첫 번째 열매를 바치면서, 우리에게 봉헌할 것을 마련해 주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또한 100년사 편찬위원회 위원장 정인용(바르톨로메오) 신부님과 간사를 맡아 수고하신 김태형(베드로) 신부님을 비롯해 그간 교구 100년사 편찬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소중한 은총의 기억이 우리 모두에게 쇄신과 성숙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현재 진행 중인 100주년 기념 대성전 건립과 제2차 교구 시노드 또한 주님의 도우심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기도합니다. 기묘한 방법으로 우리를 부르시어 은총의 도구로 삼으신 주님께서는 우리를 도와주시어 성숙하게 하시고, 우리 가운데 당신의 모습이 점점 더 뚜렷이 나타나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대구의 순교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2년 3월 10일 교계제도 설정 및 대교구 승격 50주년 기념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