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 교회이해가 성령과 관련되어 변화를 보인다. 교회 안에서의 성령의 활동이 다시 발견되고, 그로써 교회 또한 새로이 발견되는 것이다. “성령에 관한 가르침이 충분하지 않다.” - 계속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의안에 대해서 비판을 하던 동방교회와 개신교 측의 옵서버들 또한 이러한 근심어린 외침으로 성령에 관한 논의를 환기시켰다. 이들과 또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가톨릭 신학자들의 길고도 열띤 논쟁 끝에 공의회는 성령론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성령론은 - 그리스도론과 교회론 사이에 그리고 마리아론보다는 앞이라는 - 신학 안에서의 바른 자리에 놓여지게 되었다.
지난 수 세기에 공공연했던 교회와 신학에 있어서의 ‘성령의 망각’은 이제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그 활동에 대한 재발견으로 고쳐지게 되었다. 비록 공의회가 특별한 성령론은 내어 놓지는 않더라도, 공의회의 지향이 다시금 성령에 대한 믿음에 있고, 또 영의 활동을 묘사하고 있으니,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Lumen Gentium(인류의 빛)’은 일종의 성령론적인 교회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의회의 다른 중요한 문헌들도 성령의 역할과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성령론적인 인식들이 한층 새롭고 균형 잡힌 교회이해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1. 공의회 이전의 관점들 : ‘corpus mysticum(신비한 몸)’으로서의 교회
교회는 신앙의 신비인 동시에 경험적인 실재로서 복합적인 그 무엇이다. 그래서 교회는 영 안에서의 모임이기도 하며 제도요 기관이기도 한 것이다. 교회의 현실은 여러 가지 표상들로 표현되는데, 그래서 어떤 교회상들은 교회의 단면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를테면 중세기의 교회는 ‘법제적으로(juristisch)’ 나타나는데, 곧 황제와 통치자, 성직자와 교계제도로서의 교회가 그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전의 교회이해 또한 성령의 역할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충분하지 못하였으니, 그것은 아직도 그리스도론 한쪽으로만 치우쳐 강조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의회 이전에 성령의 역할에 대한 재발견과 관계하여 변화가 있었다. 교황 비오 12세의 회칙 ‘Mystici Corporis’(1943)가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이 회칙으로써 교회론 전체가 신비적인 몸의 관점으로 고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이 회칙은 새로운 교회론의 발전에 있어서 일종의 시금석과 같이 되었는데, 그것은 또한 이 회칙이 순전히 법제적인 교회 이해에 반대하여 성서적인 언명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칙은 사도 바울로처럼 교회를 그 머리가 그리스도인 신비적인 몸으로 고찰한다. :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명칭은 그리스도가 당신 신비적인 몸의 머리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자체가 마치 그리스도의 둘째 인격인 것처럼 그리스도가 교회를 유지하고 교회 안에서 사신다는 것에서도 명백해진다.”
더 나아가 ‘Mystici Corporis’은 교황 레오 13세의 ‘Divinum illud munus’에 연결하여 성령이 교회의 영혼임을 강조하고 있다. :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인 한편, 성령은 그 영혼이다.” 교회의 영혼으로서 성령은 또한 그리스도의 몸의 원리로 보여진다. 특히 성령은 교회 안에서의 신적인 힘의 원천으로도 인식된다. :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이 그로부터 모든 힘이 교회와 그 지체에로 흐르는 원천이라는 것에는 사실 그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신비적인 몸이라는 교회의 표상은 교회론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표상이 교회를 나눔이 없이, 가시적으로, 구조적으로, 또 교계제도적으로 하나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한정된 지체들과 함께 하는 전체로써 죄인 또한 그에서 제외되어 있지 않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창시자요 머리로서 자신의 몸을 (법제적인) 파견에 의하여 그리고 성령을 통하여 보존한다. 그리스도의 몸은 순전히 은유도 아니고, 육체적인 일치도 아니며, 신비적인 일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에 불구하고 회칙은 아직도 전통적인 교회이해의 편협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회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유기적인, 사회-조직적인 실재로 파악하는 바울로적인 이해이다. 덧붙여 회칙은 그리스도의 신비적인 몸과 로마 가톨릭 교회 사이의 동일성을, 더불어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한 소속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일원들만이 또한 신비적인 몸의 지체라는 것이다. : “그리스도의 신비적인 몸이라는 표현은 교회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적절한 정의이다. 이 몸은 사회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볼 수 있고, 교계제도적으로 형성되어 있고, 현실적으로 (관념적도 윤리적도 아닌, 신비적인 존재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까지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제 공의회는 일찍이 시작된 쇄신에 대한 최선의 노력을 받아들여, 수세기 동안 지속된 교회의 전통에다가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통 또한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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