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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부부입니다
ME주말은 우리에게 새 출발이었어요


최근실(대건안드레아)·조현숙(글라라) 부부|범물성당

*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하는 글라라!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은 당신을 아내로 만났다는 것이오. 물론 이런 말을 하면서도 당신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오. 30여 년의 혼인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젖어 있던 가부장적 생각이 당신을 얼마나 힘들고 슬프게 했는지 ME주말 체험을 함께 하면서 느끼게 되었소. 지금껏 남자는 사회생활이나 신경 쓰는 것이지 집안일이나 애들 키우는 일 등은 여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지요.

언제나 단아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의 자리까지 메우면서 두 아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키고 직장 일까지 열심히 하는 당신에 대한 고마움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요. 주위 친구들과 친척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당신이 내 아내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남편인 나는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프게 했음이 참으로 미안하구려.

ME주말 후, 부부들의 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석한 것은 나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줘요. 혼인에 대한 하느님의 바라심은 부부가 친밀하고 책임감 있게 사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가정과 당신에게 무심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교만했는지 창피해서 혼이 났어요.

요즘 몸이 아파 힘들어 하는 당신을 보면서 이제는 내가 당신을 챙기고 많이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집안일이 서툴러서 당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적당히 웃어 넘기고 나에게도 좀 맡겨 주구려. 가정이나 직장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당신의 성격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하여 건강을 해칠까봐 염려가 되어 그런다오.

사랑하는 글라라! 정이 많은 데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걱정도 많은 당신이 이제는 적당히 쉬면서 여유를 즐기고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건강을 챙기길 바라오. 앞으로 생겨날 귀여운 손자, 손녀들의 재롱도 보면서 함께 손잡고 아름다운 황혼 속을 걸어가야 하지 않겠소! 당신이 없는 내 삶은 아무런 의미도 즐거움도 없을 것이오. 이제 나도 자상한 남편으로 거듭나서 잘 하도록 약속하리다. - 당신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최근실 대건안드레아 

 

* 아내가 남편에게
사랑하는 대건안드레아! 우리가 결혼한 지도 벌써 33년이 지났군요. 젊은 날에는 신앙생활과 취미생활로 서로에게 대화와 공감대를 형성하여 늘 주위에서 잉꼬부부라고 불러주는 가운데 살아왔지요. 나름대로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신과 나 사이에는 소통되지 않는 벽이 늘 존재했어요. 매사에 빈틈없이 완벽해야 하는 세심한 성격인 나와 가부장적 사고로 일관하는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아내에 대한 배려를 잘 못하는 당신과는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성질 급한 당신이 나의 감정들을 무시할 때마다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어요.

내가 힘들고 지쳐서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 것이 나를 점점 절망감에 빠지게 했지요. 그런 우울함을 하느님과 성모님께 호소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었고, 잘 성장해 준 두 아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면서 살아가는데 큰 힘과 보람이 되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각자의 생활 속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고, 몇 년 전부터는 성당 미사 참례까지 소홀히 하면서 냉담하기에 이르렀지요. 세속적인 즐거움만 찾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망각한 시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쳤고, 그럴수록 우리는 소통이 단절되면서 서로에 대한 불만만 높아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우리 부부의 문제를 생각해보니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살아온 30여 년의 날들을 돌이켜보는 것보다 정말 중요한 건 함께 살아가야 할 날들인데 이렇게 무미건조한 부부생활은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ME주말 체험을 해보자고 조심스레 몇 번 말을 꺼냈고, 오랜 냉담을 풀고 고해성사를 보고 ME주말을 보내면서 우리는 지난 날의 다정했던 추억과 다짐들을 떠올리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갔지요. ME주말 여정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최선을 다한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아등바등거리며 살아온 날들과 자기 입장만 생각하기에 급급해서 좀 더 배려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일들이 기가 막혀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ME주말 체험을 통해 ‘부부일치는 하느님 사랑’이란 것을 깨닫고, 우리가 다시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 느낌으로 대화하는 방법은 당신에게 상처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늘 억울했던 마음이 내가 당신에게 준 상처들도 많이 있음을 깨우치게 한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포도나무 가지가 줄기를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만 온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교만에 빠져 하느님을 잊고 떠나 있었던 날들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는지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그분을 잊고 있었던 날에도 그분은 우리를 잊지 않고 계셨음을 깨달았지요.

사랑하는 대건안드레아! 주말을 체험하고 난 후에 ME부부들의 모임을 다녀 온 후, “다른 집 남편들은 모두 나보다 자상하게 잘하는 것 같아. 나도 생각을 좀 바꿔야겠어.” 하더니 직장 다니는 나를 위하여 아직은 집안일이 어설프지만 도와 주려는 당신이 참으로 고마웠어요. 우리 부부가 서로 따뜻하게 배려하며 다정다감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사랑해온 두 아들에게 얼마나 큰 의지가 되는지 잊지 말아요. 훗날 우리가 힘들고 마음 아팠던 순간들보다는 사랑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훨씬 많았음을 추억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지만 누가 먼저 하느님 곁으로 돌아갔을 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에 가슴 찢어지며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껏 아껴주며 사랑하면서 살아가요.

인생의 황혼에서도 부부의 존재가 이토록 소중하고 고맙다는 것을 너무 늦기 전에 깨닫게 해주신 하느님 은총에 감사드리며, 우리 함께 외쳐 봐요. 당신 사랑해요!  -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 조현숙 글라라 드림